[아츠앤컬쳐] 벌써 수개월 전 일이다. 국내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샤를 뒤투아를 상임지휘자로 영입하려고 했지만 결국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얘길 들은 다른 몇몇 사람들은 샤를 뒤투아(Charles Dutoit, 78세)가 이젠 나이가 많아서 지휘하기가 힘들 거란 얘기를 했고 보다 젊고 유능한 지휘자를 영입하는 게 나을 거란 얘기도 했었다. 한데 6월 29, 30일에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샤를 뒤투아 내한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갑자기 샤를 뒤투아의 지휘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탈리아 출장을 다녀와서 드디어 공연을 보게 되었다.
6월 30일(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그렇게 기다리던 샤를 뒤투아를 만나는 날이었다. 런던의 ‘Big Five’로 불리는 런던심포니, BBC 심포니, 런던필,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은 샤를 뒤투아가 콘서트홀에 모습을 드러냈다. 걸어나오는 모습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정정했는데… 베버(C.M. Weber)의 오이뤼안테 서곡(Euryanthe Overture)을 지휘하는 동안 잠깐 내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78세 노인의 지휘라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의 멘델스존(F. Mendelssohn)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를 들으며 그동안의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휴식이 끝나고 음악회의 하이라이트인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의 환상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을 샤를 뒤투아가 암보로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 대한 생각이 확실해졌다. 음악 해석력이 뛰어난 그의 지휘에서는 마치 50대 전성기의 유연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실제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유능한 노장 지휘자들이 이렇게 지휘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샤를 뒤투아에 대한 존경심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지휘는 앞으로 10년 동안은 건재할 거라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들은 얘기지만 한국에서 샤를 뒤투아를 상임지휘자로 영입을 하기엔 그의 개런티가 너무 비싸다는 사실(1회 지휘에 한화로 1억)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의 경제력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다.
샤를 뒤투아는 1936년 10월 17일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났고 제네바, 시에나, 베니스, 보스턴에 있는 콘서바토리에서 음악학, 작곡, 바이올린, 비올라, 피아노, 퍼커션 등을 공부하였다. 음악 외에도 역사, 고고학, 정치학, 건축학 등에도 열정을 가지고 있는 그는 세계 196개국을 여행하기도 하였다. 현재 그는 스위스, 프랑스, 캐나다, 아르헨티나, 일본 등지에서 거주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와 친해지자 이탈리아어로 음식을 먹기 전에 입맛을 돋게 만드는 안티파스토(Antipasto)와 스파게티 등 파스타를 먹는 프리모(Primo), 고기나 생선을 먹는 세콘도(Secondo), 마지막으로 후식인 돌체(Dolce)가 있는데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서곡(Overture)을 안티파스토(Antipasto)로 협주곡(Concerto)을 프리모(Primo)로 그리고 교향곡(Symphony)을 세콘도(Secondo)로 생각하고 앙코르곡은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돌체(Dolce)라고 생각하면 음악을 이해하기가 조금은 쉽지 않을까?
글 | 전동수 발행인
2007년부터 카자흐스탄 잠빌국립극장 고문을 맡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