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한 조각의 빵을 훔친 죄로 5년의 감옥살이를 하고 4번의 탈옥을 시도하다가 결국엔 19년 만에 가석방된 장발장은 전과자로서의 부당한 대우와 사람들로부터의 멸시를 받고 살아야 했다. 누구도 인간답게 대해주지 않는 장발장에게 하룻밤의 잠자리를 마련해 준 미리엘 주교의 집에서 은식기를 훔쳐 도망가다가 헌병에게 체포되어 끌려가게 되었을 때, 미리엘 주교는 자신이 준 것이라고 증언하여 그를 구해주고 은촛대를 얹어주며 올바르게 살 것을 당부한다.

장발장은 주교의 자비와 사랑에 감동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가석방 규율을 어기고 마들렌이라는 새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재산을 모으고 시장으로까지 출세한 그를 경감 자베르는 끈질기게 뒤를 파헤친다. 때마침 어떤 사나이가 장발장으로 오인되어 체포되고 벌을 받게 되었을 때, 장발장은 스스로 나서서 그 사나이를 구해 주고 감옥에 들어가지만 곧 탈옥한다.

그리고 예전에 자기가 특별히 도와주었던 여직원의 딸 코제트가 불행한 생활에 빠져 있자 그녀를 다시 구출해서 경감 자베르의 눈을 피해 수도원에 숨겨 준다. 코제트는 그때 공화주의자인 마리우스와 사랑을 하게 된다. 장발장은 1832년 6월 봉기에 가담하다가 부상을 당한 마리우스를 구출해내고 코제트와 결혼시킨다. 장발장의 과거를 알게 된 마리우스는 일시 그를 멀리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그에게로 돌아온다. 코제트 부부가 임종을 지켜보는 가운데 장발장은 평화롭게 숨을 거둔다.

1991년 초 런던을 여행하던 중에 봤던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외국에서 처음으로 봤던 뮤지컬이었는데 출연진들의 노래와 음악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레 미제라블’은 1985년에 처음으로 제작되어 첫 공연을 파리에서 했으니 필자가 런던에서 공연을 본 건 6주년이 된 해였고 이번 서울에서의 공연은 28주년이 되는 해이다. 28년간 끊임없이 전 세계 관객의 사랑을 받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공연을 마침 이탈리아에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연출하러 한국에 온 친구 마르코(Marco Pucci Catena)와 함께 관람하였다.

지난 8월 25일 오후 3시,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본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무대세트와 연출, 출연진의 연기가 모두 좋았다. 대본구성이 좋고 음악이 좋으니 작품성이 더 돋보였다. 출연진들의 노래도 대체로 무난했는데… 1991년 런던에서 감명 깊게 들었던 ‘레 미제라블’의 주옥같은 노래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노래로 감동을 받기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았다.

특히 마이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음향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스피커로 소리를 증폭시킨 사운드가 좀 어둡고 에코가 많이 들어가서 자연스러움이 덜 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레 미제라블’ 런던공연의 사운드가 자연스러우면서 맑고 명료했었던 것과는 많은 비교가 되었다. 그리고 대체로 뮤지컬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 상연 시간이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다 보니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출연자 중 판틴(Fantine) 역을 맡았던 조정은의 가창력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시작이 연기자들을 중심으로 태동하였기 때문에 연기와 안무에 비중을 두다 보니 그동안 노래로 감동을 받기가 쉽진 않았다. 최근 들어 성악(클래식)을 전공한 뮤지컬 가수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성악을 전공했든 안 했든 뮤지컬 가수는 기본적으로 성악 발성훈련이 제대로 되어 가창력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연기와 춤을 겸비해야 뮤지컬 가수로서의 존재 의미가 있지 않을까?? 

글 | 전동수 발행인
2007년부터 카자흐스탄 잠빌국립극장 고문을 맡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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