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헛베이(Hout Bay)는 케이프타운의 아름다운 해안마을 중 하나다. 이곳은 컨센트(Consent)호의 선장 존 체프만(John Chapman)이 이곳에 도착했던 1607년 그의 일기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라고 기록했을 만큼 나무가 가득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여기서 헛(Hout)은 ‘나무’라는 뜻이다. 하지만 17세기에 얀 반 리벡(Jan van Riebeeck)이 식민지를 넓히는 과정에서 그 아름다움들을 모두 베어버리고 지금은 생선공장과 어선이 늘어선 어항이 되었다. 늘 푸른 바다와 굽이치는 파도, 하얀 모래사장, 그리고 무엇보다 석양이 아름다운 곳. 또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절벽을 만나는데 이 길은 세계적으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체프만 스피크 드라이브 코스이다.

체프만 스피크 드라이브 코스에서 바라보면 까만 섬이 보이는데 이 섬은 해안에서 배를 타고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더커 섬(Duiker island)이다. 이 섬이 까만 이유는 늘 물개들이 그 위에 가득 있기 때문이다. 이 섬은 남아공 내에서 최대의 물개 서식지로 과거 2천만 마리의 물개가 살았었는데 현재는 약 15만 마리의 물개만이 남아있다. 또 남아프리카의 야생 물개 서식지 또한 99%가 사라져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있다. 갈 곳을 잃고 죽어가는 야생물개들을 홀로 구조하는 물개구조센터의 자원봉사자 프랑수아는 살아남은 생명들의 서식지 보장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물개섬은 세 개의 암초로 이루어진 작은 바위섬인데 0.5헥타르에 불과한 좁은 바위 위에서 2천여 마리의 물개들이 경쟁하듯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파도를 피해 몸을 식히고 수영을 하고 있다. 물개섬에서 북쪽으로 250km 떨어진 일랜스베이에도 2백여 마리의 물개들이 살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 일랜스베이를 택했지만 이곳 역시 물개들에게 좋은 서식지는 아니다. 열악한 서식환경 속에서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몸 여기저기에 상처 입은 남아프리카 야생 물개들…

전 세계에 있는 70개의 물개보호센터 중 아프리카 유일의 물개구조센터가 케이프타운에 있다. 버려지거나 상처 입은 물개들을 구조해 보살피는 프랑수아 휴고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13년간 이 일을 해오고 있다. 구조해 온 물개들에게 먹이를 주고, 치료해서 건강하게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프랑수아의 목표이지만 물개들이 돌아갈 곳은 줄어들고, 죽어가는 물개들은 늘어만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야생물개들의 서식지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는 로빈섬. 네덜란드 어로 ‘물개’라는 뜻을 가진 로빈을 섬의 이름으로 붙일 만큼 과거 이곳엔 많은 물개들이 서식하고 있었지만 200년 전, 이곳에 사람들이 이주해 오면서 물개들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결국 지금은 로빈섬에서 물개를 찾아볼 수 없다. 물개들의 천국이 아닌, 남아공의 민주화 성지로만 남게 된 로빈섬…

오래전 물개가 많이 살고 있었지만 20세기 마구잡이식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지금 1%만 남아있게 된 물개. 20세기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물개들의 천적은 역시 여전히 사람인 셈이다.

글 | 고영희 아트 디렉터, 사진작가
아프리카 문화 예술 교류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KBS 라디오 통신원, 예술가를 꿈꾸는 아프리카의 빈민촌 아이들을 돕는 레인보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