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우리는 결혼 전에 신랑 친구들이 채단과 혼서지를 담은 함을 메고 가 신부 측과 옥신각신 실랑이를 해가며 시끌벅적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그집 처녀가 시집가는 걸 알렸다.

아프리카에서는 신붓값 제도가 있는데 부족마다 다르다. 코사 족은 신랑이 신붓값으로 신부 집에 가축 두 마리에서 열 마리 정도를 주고, 신부 아버지는 신랑에게 짐승의 가죽 외투와 목에 두를 수 있는 쇠꼬리 털을 준다. 결혼식 행사는 보통 3일이고, 추장의 결혼일 경우는 열흘 정도 한다.

 

줄루 족은 신붓값 제도와 일부다처제가 있다. 줄루 족인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공식 부인만 3명이다. 그래서 재미있게도 퍼스트레이디가 3명이다. 대통령 취임식 전부터 국민들의 관심은 ‘셋 중 어떤 부인을 퍼스트레이디로 내세우느냐’였는데 취임식에는 조강지처인 쿠말로 여사를 연단에 세웠고, 그 이후에는 성격에 맞춰서 행사 때마다 다른 부인을 동반해 다니고 있다.

줄루 족이라고 해서 누구나 많은 아내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내될 사람 집안의 격과 아내 될 사람의 미모와 성품에 따라 소와 가축의 숫자가 정해지기 때문에 신붓값을 치를 수 있는 능력 있는 남자만이 여러 명의 부인을 둘 수 있다. 그래서 줄루 족 남자들은 직업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내를 맞이하기 위해 솟값을 모아야 한다. 시골은 아직도 신붓값을 소나 가축으로 받고 있지만, 도시는 현금으로 신붓값을 주기도 한다.

 

더반의 한 택시 운전사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데 신붓값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다가 융통성(?) 있는 장인의 제안으로 결혼을 먼저 하고 할부로 신붓값을 갚아 나가고 있다고 한다. 시골에서는 아직도 전통 결혼식을 올리고, 관습을 따르면서 현대식 결혼도 많이 한다. 대부분 호수나 와인 농장, 교회 등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사실 결혼식 날은 신랑, 신부보다 들러리 서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들러리는 신랑·신부의 친구들과 친척 중 어린 꼬마아이들이 서는데 주로 오렌지색이나 보라색 옷을 많이 입고 신부 엄마와 친척들이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힌다.

 

호수를 지나다 강렬한 색에 이끌려 차를 세우고 구경을 갔다. 예비부부와 들러리들이 함께 야외 촬영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찌나 신랑의 성격이 화통하고 시원시원하던지 촬영하는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쳤다. 사실 전문가가 촬영하고 있을 때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싫어할까 봐 망설이게 된다.

그래도 사진 찍고 싶은 욕심에 물어봤는데 사진 찍던 분이 더 신나서 자기까지 덩달아 신랑, 신부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여 30분 넘게 내가 사진사가 되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그 부부가 나를 집으로 초대해 그날 찍은 사진 몇 장을 액자에 담아 들고 갔다.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아 선물로 전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이 올 때마다 제가 담아준 그날의 행복과 기쁨과 사랑을 떠올리며 그 순간 그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가세요.”

글 | 고영희 아트 디렉터, 사진작가
아프리카 문화 예술 교류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KBS 라디오 통신원, 예술가를 꿈꾸는 아프리카의 빈민촌 아이들을 돕는 레인보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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