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013년은 오페라 역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곡가로 꼽히는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5월에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베르디 최고의 성공작 <리골레토>를 비롯한 <올 댓 베르디 올 댓 오페라>, <행복나눔콘서트 ‘베르디 명곡 모음’> 등 베르디의 명곡들만 골라 베르디에 관련된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져 오페라 애호가들을 즐겁게 했지요.
오페라의 거장이었던 베르디는 파르마 주변의 론콜레(Roncole)에서 태어났습니다. 파르마는 베르디를 비롯해 작곡가 파가니니, 지휘자 토스카니니 등 이탈리아 음악의 거장들을 대거 배출해 낸 대표적인 음악 도시입니다. 하지만 파르마는 맛있는 음식들과 식재료들이 많이 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무리 치즈를 싫어하는 사람도 다 먹어봤을 법한 피자나 파스타 등에 뿌려먹는 파머산 치즈(Parmesan cheese)의 원산지이자 발사믹 식초(Balsamic vinegar), 프로슈토(Prosciutto)햄 등 세계적으로 맛있기로 유명한 식재료의 원산지이기도 하지요.
와인에 찰떡궁합으로 잘 알려진 맛있는 음식과 식재료들로 넘쳐나는 식도락의 고장에서 태어나서 자란 베르디가 와인을 사랑했을까요? 물론입니다. 수많은 음악가들의와인에 대한 사랑이 다양한 전설과 스토리들을 만들어냈듯이 베르디 역시 빠질 수 없었지요. 베르디는 술을 많이 마시고 특히 에밀리아 로마냐(Emilia-Romagna)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벼운 와인인 람브루스코 와인을 많이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소설가 쿠르치오 말라파르테(Curzio Malaparte)는 베르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주세페 베르디의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람브루스코로 가득 차 있다.”
람브루스코(Lambrusco)는 이탈리아 중북부의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 지방 일대에서 널리 재배하는 포도품종의 이름이자 와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람브루스코 와인은 드라이한 맛에서부터 달콤한 맛까지, 일반 와인에서부터 살짝 탄산이 들어있는 스파클링와인까지, 레드, 로제, 화이트까지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지요.
특히 람브루스코는 이 지역에서 나는 음식과 좋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생산되며, 보통은 알코올이 8~9%대로 낮게 만들어져 상큼하고 과실향 강한 테이블와인으로 많이 생산됩니다. 그래서 람브루스코는 이탈리아인 누구나 할 것 없이 연말연시,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무더운 여름에 항상 즐기는 범국민적인 와인이기도 합니다.
베르디에 관련된 와인이라면 칸티네 체치 와이너리를 빼놓을 수가 없지요. 칸티네 체치 와이너리는 바로 베르디의 생가가 있는 파르마 지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베르디가 와이너리를 상징하는 심벌마크이며 ‘베르디의 땅(Terre Verdiane)’이라는 이름의 와인 셀렉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특이한 형태의 와인병에 베르디의 모습을 새겨 그들이 얼마나 베르디를 사랑하며 존경하는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 오텔로 체치(Otello Ceci)로부터 시작하여 현재는 그의 3세대 소유주들이 오텔로의 베르디 사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때 지나친 대량생산으로 싸구려 람브루스코들이 마구 생산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와인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여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를 거듭했고 마침내 그들의 람브루스코는 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2012 Vinitaly 국제 양조 콩쿠르 금메달’을 획득하며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가 극찬한 최초의 람브루스코’로 ‘2012 이탈리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전 세계의 찬사와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작년 ‘제22회 와인컨슈머 리포트’에서도 스파클링와인 부문에서 많은 프랑스 샴페인들을 제치고 영예의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고 있어 시원한 스파클링와인이 부쩍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굳이 비싼 프랑스 샴페인이 아니더라도 베르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들으며 과실향과 섬세한 기포가 있는 시원한 람브루스코 스파클링와인 한 잔이라면 올해의 무더운 여름도 즐겁고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지현
하트와인 대표, 와인플래너 1호,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사, 「와인스토리 365」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