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인생은 아름다워>로 전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로베르토 베니니, 그는 난니 모레티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 겸 배우이자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로 이야기하는 피노키오이다.

쉰 살의 피노키오
5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베니니는 <피노키오>에서 말썽꾸러기 피노키오 역을 직접 연기하였다. 원작자 콜로디는 베니니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베니니의 자유분방한 순수함에서 우러나온 상상력이 <피노키오>를 영화화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냈다. 일찍이 그의 무한한 상상력을 알아차린 펠리니는 베니니를 피노키오라고 부른 곤 했으며, 그와 함께 <피노키오>를 만들고 싶어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1800년부터 70년 동안의 이탈리아 예술을 반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니니는 <피노키오>를 통해 상상력과 전통 예술의 접합을 시도하였다. “피노키오는 하나의 환상이다. 그는 환상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환상은 우리의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다. 이것이 피노키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위대함이다. 모두가 순수함을 가지고 태어난다. 어떤 이는 그 순수함을 평생 간직하고 산다. 마치 피노키오처럼. 이 영화가 나에게 순수의 힘으로 세상을 안을 수 있는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

 

행복한 상상이 키워 낸 아이
베니니는 1952년 10월 27일 토스카나 주 아레조 지방의 미제리코르디아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의 이름 ‘로베르토 레미지오’는 친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세 명의 누나와 함께 보냈던 어린 시절, 그에게는 몬테소리 교육이나 고가의 교육적인 장난감을 손에 쥘 기회 따위는 없었다.

베니니는 나이답지 않게 이해심이 많았고 언제나 즐거운 웃음을 짓는 아이였고 특히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유머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상상력과 재능이 있었다. 누나들과 엄마와 한침대에서 잘 정도로 가난했지만 베니니는 한 번도 하늘이 내려주신 자신의 환경을 원망하지 않았다. 주어진 삶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베니니의 긍정적인 사고는 그의 예술적 재능에 든든한 뿌리가 되어 주었다.

이탈리아 영화사에서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플롯이 된 가난이 토토와 채플린 같은 위대한 영화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였다. 어린 시절의 베니니는 활달한 성격에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지만 장난이 아주 심한 아이였다. 그러나 성장 발육이 좋지 않아서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작고 앙상한 외모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12세가 되던 해 피렌체에 있는 예수회 신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사제가 되려고 했지만 1966년 대홍수 때문에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게 되어 꿈을 접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나 이 뜻밖의 불행은 베니니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 당시에도 베니니의 가족은 입에 풀칠하기조차 버거운 가난을 짊어지고 있었다. 베니니는 마구간 옆에 있는 작은방에 살았지만 그는 그때를 “밤 공기의 따뜻함과 휴머니즘으로 가득 찬 기쁜 그 자체의 날들이었다”고 회상한다.

베니니의 삶에 두 번째 전환점이 된 것은 드로린 서커스단이 마을에 왔을 때이다. 그와 누이들은 표를 살 돈이 없어서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몇 분 전에 겨우 몰래 들어가곤 하였다. 이런 일이 거듭되던 중 베니니는 우연히 극단의 마술사를 알게 되어 그의 조수로 일을 시작하였다. 몇 달 동안 힘들게 불 쇼를 연습했지만 막상 크림과 파우더를 뒤집어쓰고 쇼를 시작했을 때 겁에 질린 어머니의 얼굴을 본 베니니는 그간의 고생을 뒤로하고 당장 쇼를 그만두었다. 베니니는 이 두 번의 기회와 두 번의 좌절이 없었다면 지금과는 아주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베니니의 영화 스승들과 채플린을 닮은 베니니
베니니는 이탈리아의 고전과 토토의 작품에 관심이 많았다. 또한, 유머는 에로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드라마와 코미디를 통해 삶의 고통과 진실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음을 배웠다. 채플린의 영화들은 웃음을 만들어 낼 때 신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알려주었다.

이 무렵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동생 주세페 베르톨루치를 만난 베니니는 그와 함께 작은 마을에 대한 모놀로그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의 가장 위대한 코미디언 베니니가 탄생하게 되었다. 주세페 베르톨루치가 감독을 맡은 <베르링구에르 너를 좋아해>로 영화배우로 데뷔해 짐 자무쉬, 펠리니 등 명감독들의 작품에서 무성영화 시절의 채플린과 버스트 키튼을 나름대로 재해석한 독특하고 훌륭한 코믹 연기를 보여주었다.

베니니는 개인적으로 펠리니와 브뉘엘을 위대한 감독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지금의 베니니가 존재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베니니는 그들의 작품이 환상적이고 영광스럽게 묘사된 꿈과 같다고 했다. 펠리니와의 작업 이후 베니니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서 1983년에 드디어 <날 방해해>로 감독 데뷔를 한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베니니는 영화에 출연했던 여배우와 사랑에 빠졌고, 두 사람은 1991년에 결혼을 했다.

그녀가 바로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베니니의 착한 아내로 출연했던 니콜레타 브라시이다. 순전히 닮았다는 이유로 오해와 소동이 일어나는 두 편의 슬랩스틱 코미디 <자니 스테치노>와 <미스터 몬스터>는 밝은 유머 속에 씁쓸함이 느껴지는 베니니 영화의 개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그는 코미디 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액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무엇보다 순수한 주인공이 사회적 편견에 의해 겪게 되는 오해를 영화적으로 풀어가는 방식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

 

고통에 대한 사랑의 교감 <인생은 아름다워>
베니니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영화는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베니니의 영화는 주인공을 오해하는 세상과 그런 세상을 다시 착각하는 주인공의 부조화가 웃음을 만들어낸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와 비슷한 동기로 수용소 생활과 놀이라는 두 세계가 병치되고 충돌하면서 특별한 감동을 자아냈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삶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홀로코스트 참극을 슬픈 유머로 풀었다.

베니니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의 강제 수용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오랫동안 홀로코스트에 대한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겪었던 무서운 경험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가장 행복한 기억을 그림으로 그리도록 하였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베니니와 아버지 사이의 기억과 사랑에 대한 교감이었다. 베니니가 영화에서 보여준 결론은 그리 쉽게 내려진 것이 아니다. 그는 대중들이 자신의 생각을 거부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인생은 아름다워>는 죽음의 포로수용소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나눴던 사랑의 교감처럼 전 세계를 감동으로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미국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외국 영화가 되었다.

1998년 토론토 국제영화페스티벌과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아카데미 영화제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하였다. 연이어 세 번을 시상대에 올랐던 베니니는 의자를 뛰어넘는 등 예의 유머를 발휘해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국제적인 성공은 베니니와 이탈리아 영화계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었다.

 

폭풍 속에서 무지개를 찾는 영화
주세페 베르톨루치는 베니니를 처음 만난 날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베니니를 처음 만나 함께 일을 하면서 나는 늘 어린아이와 함께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마치 말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 같다. 자신의 말을 듣게 하려고 나를 유혹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나를 울렸고 또 웃게 해 주었다. 나는 그의 어린아이 같은 마음 깊은 곳에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노키오>를 만들며 감독, 각본, 주연까지 1인 3역을 맡은 베니니는 자신이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이며, 영원한 광대임을 선언한다. 베니니가 그의 꿈에서 진실과 순수를 남겨두는 한 관객은 그를 통해 영원한 아름다움을 얻게 될 것이다. 베니니의 영화는 꿈과 진실한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폭풍 속에서 무지개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게 해준다.

글 | 정란기
이탈리아 문화와 영화를 사랑하는 단체인 이탈치네마(italcinema.com), 뉴이탈리아 영화예술제(www.ifaf.co.kr)를 주최하는 등 이탈리아와 한국과의 문화교류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엮은 책들과 역서로 <영화로 떠나는 시네마천국_이탈리아>, <난니모레티의 영화>, <비스콘티의 센소_문학의 재생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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