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 지역 어부의 성채에서 본 국회의사당
부다 지역 어부의 성채에서 본 국회의사당

 

[아츠앤컬쳐] 헝가리의 역사는 도나우 강이 흐르는 카르파티아 평원에 마쟈르족 일곱 부족이 자리를 잡은 896년부터 시작된다. 수도 부다페스트(Budapest)는 도나우강 서쪽의 부더(Buda)와 부더 북쪽의 오부더(Óbuda), 그리고 강의 동쪽 페슈트(Pest)가 통합되어 이루어진 도시로 헝가리 사람들은 ‘부더페슈트’라고 발음한다. 예로부터 부다페스트는 ‘도나우 강의 진주’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데 도나우 강변 풍경의 구심점을 이루는 3대 랜드마크를 꼽는다면 왕궁, 세체니 다리, 국회의사당이다.

부더 언덕 위에 세워진 유서 깊은 왕궁 아래 도나우 강에는 우아한 세체니 다리가 놓여져 있다. 이 현수교는 영국의 기술진에 의해 1842년에 착공, 1849년 11월 20일에 개통되었는데 당시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 중의 하나이자 가장 경이로운 구조물 중 하나로 손꼽혔다. 이 다리가 세워짐으로써 마침내 1873년에는 부더와 페슈트가 통합되어 ‘부더페슈트’, 즉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의 도시가 탄생했던 것이다.

도나우 강변 야경. 왼쪽부터 국회의사당, 세체니 다리, 왕궁
도나우 강변 야경. 왼쪽부터 국회의사당, 세체니 다리, 왕궁

그런데 부다페스트가 탄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회의사당이 있는 도나우 강변의 페슈트 지역은 허허벌판이었다. 헝가리는 건국 10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대적인 페슈트지역 개발 계획을 세웠고 그 일환으로 국회의사당 건립계획을 수립했다. 이리하여 1880년 공모전에 당선된 부다페스트 공대 임레 슈테인들 교수의 설계안에 따라 1885년에 대망의 건립공사가 시작되었고 임레 슈테인들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헝가리 건국 1000년을 맞는 해인 1896년이 아니라 1904년에야 완공되었다.

도나우 강변에 보석같이 빛나는 국회의사당은 헝가리에서 규모가 가장 큰 건축물이다. 높이는 96미터인데 이것은 헝가리가 건국된 해인 896년과 건국 1000년을 기념하는 해인 1896년을 상징하는 것이다. 외관을 보면 수많은 첨탑으로 장식되어 있고, 외벽에는 섬세한 조각과 장식이 워낙 많아서 어느 부분은 항상 보수 중이다. 건축양식으로 본다면 고딕양식 복고풍이지만 돔은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의 돔을 모델로 한 르네상스양식 복고풍이다.

국회의사당의 돔과 첨탑
국회의사당의 돔과 첨탑

또한, 건물 내부공간의 배치를 전체적으로 보면 바로크 양식의 복고풍이다. 이와 같이 한 건물에 여러 가지 양식이 절충되고 혼합되어 있지만, 헝가리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회의사당이 오로지 헝가리 건축가들의 손에 의해서만 디자인되고 완공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국회의사당은 헝가리 민족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인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헝가리는 불행히도 공산화되고 말았다. 1989년 여름에도 국회의사당에는 공산당을 상징하는 붉은 별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당시 헝가리는 다른 공산국가들에 비하면 비교적 자유를 누리던 나라였기 때문에 공산치하의 동독시민들은 자유로운 이러한 헝가리를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로 여겼다. 그런데 그해 여름 헝가리에 여행 왔던 동독시민들이 자유를 찾아 오스트리아로 대거 탈출하기 시작했다.

탈출행렬이 계속 이어지자 헝가리 정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국경을 아예 개방해버렸다. 이에 동유럽 공산정권들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헝가리에서는 10월 23일에 다당제와 대통령제 및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공화국이 탄생했다. 이로써 국회의사당의 붉은 별 깃발은 내려졌고 헝가리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간 자유화의 물결은 그해 11월 독일의 베를린 장벽도 무너뜨렸다.

이리하여 공산주의시대는 도나우 강물에 완전히 씻겨 떠내려갔고 국회의사당은 짙은 먹구름을 헤치고 나온 태양처럼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그 아름다운 빛을 다시 발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부다페스트도 ‘도나우 강의 진주’로서 그 명성을 되찾았던 것이다.

글·사진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외에도 음악, 미술, 역사, 언어 분야에서 30년 이상 로마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했으며 국내에서는 칼럼과 강연을 통해 역사와 문화의 현장에서 축적한 지식을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도시기행>, <동유럽문화도시 기행>,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외에도 여러 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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