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요즘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PPL(Product Placement)이라 부르는 간접광고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필자는 스타 마케팅을 이용한 제품들을 따라 쓴다거나 부러워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4명의 41살 동갑내기 사랑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인기 드라마를 보며 그들이 쓰고 있는 모든 것들에 조금씩 눈이 가기 시작한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품에 등장하거나 좋아하는 배우가 쓰는 제품을 보면 나도 갖고 싶어지는 것은 지금 우리의 모습일 뿐 아니라 몇백 년 전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중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고자 한다.
지금 연예인들만큼 인기를 끌던 당대 최고 인기 오페라 작곡가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오페라 중에는 엄청난 여성편력을 자랑하는 스페인의 전설 ‘돈 주앙’이라 불린 인물을 그린 ‘돈 조반니’라는 작품이 있다. 오페라 ‘돈 조반니’는 대본가 ‘로렌조 다 폰테’가 사랑했던 와인과 세기의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간접광고를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있다. 2막에서 ‘돈 조반니’ 가 먹고 마시고 즐기던 중 자신이 살해한 기사장의 손에 붙들려 지옥불로 끌려가는 최후의 만찬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거기에서 특정 포도 품종까지 자세히 노래하는 간접광고 장면을 볼 수 있다. ‘돈 조반니’가 하인 ‘레포렐로’에게 와인을 부어라, 최고의 마르찌미노” 라며 와인의 이름을 외치는 PPL이다.
이 포도 품종은 이탈리아의 동북쪽 알프스와 인접한 트렌티노 지방 남쪽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상업적 성공은 베네치아를 품고 있는 베네토 지방의
작은 마을인 Refrontolo가 가져간다. 그 이유는 첫째, ‘돈 조반니’의 대본을 쓴 ‘로렌조 다 폰테’가 Refrontolo Passito 가까운 마을에서 태어났다는 것이고 둘째, 이 도시는 ‘모차르트’ 및 ‘다 폰테’와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 1984년 Refrontolo 시청앞 광장에 포도, 바이올린, 대본 작가인 로렌조 다 폰테, 모짜르트와 목가적 젊은 여인이 직접 조각된 기념비를 세워 동시에 자신들의 와인에 더욱 권위를 부여했다.
여기서 와인의 이름을 오페라 속에 선보인 대본가 ‘다 폰테’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보면 베네치아에서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수학하다 유부녀와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교회로부터 추방령을 받고 바로 인접한 국가인 오스트리아로 건너간 굉장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런 그에게 오페라 ‘돈 조반니’를 완성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Giovanni Giacomo Casanova, 1725~1798)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PPL이 등장하는데 ‘카사노바’가 ‘다 폰테’를 도운 진짜 이유 중 하나는 오페라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예술작품으로 영원히 남기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된다. 상당한 고증을 거쳐 제작된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영화를 보면, ‘돈 조반니’를 거쳐 간 여성들을 읊어가는 장면에서 스페인에서 섭렵한 여인의 숫자를 늘려서 1,003명으로 수정하도록 제안하는 장면을 보면 잿밥에 관심이 많은 ‘카사노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도 주위에 여성편력이 화려한 사람들을 보며 ‘변강쇠 같다.’ 보다는 ‘카사노바나 돈 주앙 같다.’ 등의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공연작품으로서 문화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속력이 강한지 알 수 있다. 누군가 물건을 만들고 누군가는 팔아야 하는 시대에 PPL은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몇백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PPL의 몸통은 문화콘텐츠다. 악어새는 악어가 없다면 악어새가 아닌 것처럼 문화콘텐츠가 없다면 PPL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옛날 순수예술이라 불리는 오페라에서도 PPL이 행해졌던 것을 보면 문화 콘텐츠는 마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가 융합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우리의 스마트폰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현재 이 시대는 융합이라는 개념의 시대이며 상상력과 문화 그리고 비즈니스가 결합된 4차 산업의 시대가 될 것이다.우리도 너무 늦지 않게 그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신금호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반포아트홀 M 예술감독, 오페라M 대표
서울대 음악대학 /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