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본 고장이라 유럽의 오페라 작곡가들은 이탈리아를 오페라의 배경으로 채택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겠지만 의외로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배경으로 채택되는 일이 적었다. 최초의 오페라들은 고대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작곡되는 일이 많았고 이 유행은 바로크 시대까지 지속되어 클래식 시대(음악사적 기준)에 와서야 오페라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다.
그 시대 대표적 작곡자가 모차르트인데 성숙한 후기 대표적 작품 리스트를 보면 ‘피가로의 결혼(1786)’ ‘돈 조반니(1787)’ ‘여자는 다 그래(Cosi fan tutte, 1790)’ 그리고 ‘마술피리(1791)’이다. 앞 두 작품은 스페인 배경, 마지막 마술피리는 상상 속의 세상이었고 남은 ‘여자는 다 그래’의 배경이 드디어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인 ‘나폴리’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나폴리’라는 수식어가 붙은 몇 가지를 들자면 나폴리 피자(Pizza), 나폴리 민요, 나폴리 양복 등이다. 그 중 피자의 원조격인 ‘나폴리 피자’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투표를 통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 신청 중일 정도로 열혈 팬들이 많다. EU 규정에 ‘나폴리 피자’ 제조법이 엄격하게 정의되고 있는데 지름 30cm 내외, 중앙 두께 3mm, 특정 치즈와 재료에 따라 3가지 종류만으로 규정되어있다.
우리가 자주 먹는 두껍고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 피자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것이다. 최고 피자의 조건 중 또 하나는 가까운 베수비오 화산석으로 만든 화덕에서 요리된 것이 명품 중 명품 피자라 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애창되고 있는 ‘오 나의 태양(O Sole mio)’ ‘돌아오라 소렌토(Torna a Surriento)’같이 귀에 익숙한 나폴리 민요들도 피자만큼 나폴리를 대표하는 자랑거리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중 하나인 San Carlo 오페라 극장이 있고 피치니, 치마로자 같은 여러 작곡가들에 의해 코믹 오페라(Opera Buffa)의 성지로 떠오른 음악의 도시 나폴리에서 전설의 테너 카루소(Enrico Caruso) 같은 걸출한 아티스트가 나온 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렇게 먹고 마시고 여행하기 좋은 이 도시를 배경으로 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는 젊은 2명의 장교 와 중년신사 사이 유치한 내기로 시작하는데 젊은이들의 연인들이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고 정조를 지킬지에 대한 내기다. 젊은이들은 전투에 나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외국사람으로 분장하고 나타나 서로의 애인을 먼저 유혹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으로 하거나 유혹하지 못해도 젊은이들이 승리하는 조건으로 젊은이들 개개인의 입장에선 꽤 확률 높은 내기였지만 두 여인 모두 새로운 사랑에 빠져 남자들을 분노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조한 듯한 결론으로 급히 조정하며 결국 서로를 용서하고 끝내는 내용이다. 코믹 오페라이기에 무대에서 피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끝낼 수밖에 없었던 건지 심각한 걸 싫어하는 모차르트의 성격이었던지 ‘누구나 사랑을 시험하지 말라 왜냐하면 인간은 연약하니까’라는 교훈을 주며 씁쓸한 해피앤딩으로 막을 내린다.
전체 줄거리는 ‘애인 바꾸기’로 요약되는데 이 주제가 이 오페라의 얄궂은 운명을 만든다. 음악적인 완벽함에도 불구하고 1790년 초연되어 모차르트 생전에 단 10회 공연되었고 1922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 공연되기 전까지는 명함도 못 내밀던 이유도 무대에서 공연되기에 비도덕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 10위권을 유지하는 영광을 얻기까지 참으로 오랜 세월 저평가의 시간이 있었다. 얼마 전 필자가 청소년 대상 공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예매율이 저조해 극장 측에서 이유를 알아본 결과 부모님들이 ‘여자는 다 그래’라는 제목만 보고 아이들이 보면 큰일 난다고 생각해 일어난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집 TV에 나오는 주제나 선정성을 본다면 이 오페라는 비교불가인데 말이다.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을 통해 앞으로 오페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많은 일들이 산적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랑의 학교’라는 이 오페라의 부제목에서 볼 수 있듯 교훈적인 주제의 내용인데도 제목이나 줄거리만 보고 전체의 내용을 짐작하는 초능력은 이제 그만 발휘하시고 직접 눈으로 귀로 듣고 판단해 주시기를 관객분들께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신금호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반포아트홀 M 예술감독, 오페라M 대표
서울대 음악대학 /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