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건축사진가’뿐 아니라 누구나 가볼 만한 출사지가 창덕궁과 창경궁이다. ‘창덕궁’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고 아름답다. 특히,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뤄 자연스럽게 건축하여 가장 한국적인 궁궐로 손꼽히며, 봄꽃이 절정인 4월~5월과 가을단풍 촬영이 좋다.
‘창경궁’은 함양문을 통해 창덕궁을 드나들 수 있는데, 독립적인 궁궐 역할을 하면서 창덕궁과 연결되어 주거공간도 보충했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어 재건되었다가 이후, 화재로 내전이 소실되었으나, 명정전, 명정문, 홍화문은 다행히 보존되어 17세기 조선시대 건축양식을 잘 보여준다. 특히 명정전 건축물은, 우리나라 궁궐 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되어 ‘고궁 건축사진 1번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건물의 외관 외에도 문정전 내부 촬영도 좋다. 임금이 앉았던 왕좌와 일월오봉도 병풍을 한 장에 담아보자, 영조의 혼례식이 있었던 곳이고, 제12대 왕인 인종이 즉위식을 올렸던 유서 깊은 곳이다.
궁궐은 대여 한복을 입고 온 사람들이 많다. 섭외해 연출사진을 담아보자. 연출사진(Staged Photography)이란 작가가 어떤 목적에 맞게 인위적으로 연출하여 촬영한 사진을 말한다. 세계 최초의 연출사진은 1840년 프랑스의 이폴리트 바이야르(Hippolyte Bayard)가 촬영한 <강물에 투신해 자살한 자의 자화상> 사진이다. 죽은 사람처럼 분장해 촬영했다. 본인 생각에 사진 기술을 최초로 발명했는데, 다게르가 인정을 받자 항의하기 위해 연출사진을 제작했던 것이다.
연출사진은 생각보다 쉽지만, 처음에는 의도에 맞게 연출하는 것이 어렵다.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다 보면 곧 익숙해진다. 궁궐 연출사진의 예로, 사회 문화적 코드의 불안감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국적불명의 개량 한복을 입은 사람을 섭외해 동작과 표정을 잘 연출해 언캐니(uncanny)하게 담아보거나, 한복을 입은 외국인을 여러 사람 섭외해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촬영하면 독특한 사진을 만들 수 있다. 만약 많은 사람을 섭외하기 어렵다면, 한복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의 뒷모습을 촬영해 보자, 매일 뜨고 지는 해도, 궁궐에서 보면 왠지 더 고혹적이다.
글 | 조아(조정화)
사진작가
현재, 월간중앙 <JOA의 핫피플 앤 아트> 연재 중
<그래서 특별한 사진읽기>저자
<photoschooljo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