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두물머리

[아츠앤컬쳐] 운길산은 시원스레 펼쳐진 두물머리 경관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으로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북한강은 금강산에서 발원하고, 남한강은 검룡소에서 발원했다고 하는데, 두 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는 사철 언제나, 날씨와 시간을 불문하고 감탄을 부르는 아름다운 곳이다.

당연히 예로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이 이곳에서의 풍광을 시··화로 남겼으며, 운길산 중턱에 있는 수종사는 조선시대 전기의 문신인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가운데 전망이 으뜸이라고 극찬한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초의선사가 정약용과 교류하면서 차와 관련한 책을 남기기도 하였다. 수종사에서는 이곳이 초의선사와 정약용이 차를 마신 장소임을 잊지 않고 삼정헌을 지어 차 문화를 계승하고 즐기도록 돕고 있다.

초의선사와 정약용의 아들이 수종사를 향해 올라가는 그림, 홍현주, 실학박물관 소장
초의선사와 정약용의 아들이 수종사를 향해 올라가는 그림, 홍현주, 실학박물관 소장

1830년 초의선사가 찾아왔을 때, 이제는 산에 오르지 못하는 정약용을 산 아래 남겨두고 그의 두 아들과 함께 눈보라 속에 운길산 수종사를 찾았는데, 정조의 사위인 홍현주가 이것을 그려 남겨 놓았다. 또한, 겸재 정선의 <경교명승첩> 중 '독백탄'도 양수리의 경관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정약용은 수종사는 신라 때 지은 고사(古寺)인데 절에 있는 샘에서 돌틈으로 물이 흘러 땅에 떨어질 때 종소리를 내므로 수종사라 한다고 기록하였다.

정선, 독백탄
정선, 독백탄

정약용은 일생을 통해 집 가까이에 있는 수종사에서 지낸 즐거움을 군자유삼락에 비교할 만큼 좋아했다고 하며, 수종사에 관한 시를 남겼다.

아스라이 보이는 저 수종사에는 / 뜬 아지랑이에 기와 고랑이 분간되네 / 호남에는 사백 군데의 사찰이 있지만 / 끝내 이 높은 누각보다는 못하리

수종사는 세조와 얽힌 설화가 유명하다. 조카 단종을 죽이고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세조가 오대산에 가서 기도를 하고 돌아오는 길(또는 금강산 유람길에서 돌아오는 중이었다고도 함)에 자다가 청아한 종소리를 듣고 깼다고 한다. 그 종소리를 따라가보니 산 속 동굴 안에서 공명되고 있는 맑은 낙수 소리였다. 동굴 안에서 18나한을 발견한 세조는 신비로운 불력의 인도라고 생각하여 경건하게 절을 올렸고, 동굴을 나와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에 다시 한번 놀랐다고 한다.

은행나무
은행나무

세조는 그 자리에 스러져버린 옛절을 안타까이 여기고 절터에 5층 돌탑을 쌓고 절의 중창을 명하였으며, 절 이름은 물방울 소리가 종소리로 울려 퍼진 뜻을 새겨 수종사라 하였다. 그리고 두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고 궁궐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곳은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는 옛 가람터였지만 세조의 불심에 전설이 더해져 더욱 신비롭게 된 것이다. 조선 세조뿐만 아니라 고려 태조 왕건도 이곳에서 부처님의 혜광을 통해 고려를 건국했다는 전설이 있다.

응진전
응진전

세조가 심은 은행나무는 500년이 넘도록 잘 자라고 있지만 동굴 속 18나한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현재 수종사에는 응진전을 새로 건립하여 나한상을 모시고 있다. 이곳의 범종은 운길산 수종사 나한신종으로, 좌우 측면에 세조가 보았다는 18나한이 9명씩 새겨져 있다.

대웅전 옆으로 사리탑과 삼층석탑, 오층석탑이 있다. 오층석탑은 원나라 영향을 받아 기단부터 탑신까지 팔각형으로 고려의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크기가 작아진 조선 전기의 탑임을 알 수 있다. 조선 1460(세조 6)에 건립되었고 1628(인조 6)에 중수되었는데, 작은 규모이나 비율이 훌륭하고 조각이 섬세하여 역사적으로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탑이다. 이전 해체 복원될 때마다 사리구가 출토되어 성종의 후궁과 선조 계비인 인목대비가 발원했다는 불상으로 금동구층탑, 은제도금육각감, 18구의 불상 등이 나왔다.

삼정헌 내부, 무료로 차를 마시며 창 밖으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삼정헌 내부, 무료로 차를 마시며 창 밖으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수종사는 세조가 발견했던 18나한에서 유래한 나한기도도량이며 빼어난 절경을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삼정헌이 있어 모두가 아끼는 사찰이다.

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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