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인천 석모도에는 동쪽에 해명산, 가운데에 낙가산, 서쪽에 상봉산이라는 세 개의 봉우리가 능선으로 연결된 산이 있다. 낙가산은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보타락가산의 이름에서 유래했고, 그 안에 보문사가 있다. 보문사는 동해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이른바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중 하나다.
신라 때 일이다. 진덕왕 3년, 어부들이 봄을 맞아 바다에서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데 고기는 안 잡히고 돌덩이들이 자꾸 올라오자 바다에 다시 버리고 돌아왔다. 그날 밤 어부들의 꿈에 한 노스님이 나타나 자기들은 서천축국으로부터 돌배를 타고 왔는데 던져버리지 말고 명산으로 안내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다음날 어부들은 바다로 나아가 그물을 던져 석상 22체를 건져올려 낙가산으로 옮겼다. 옮기던 중에 석상들이 한 석굴 앞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 석굴 안으로 모시니 굴 안에 신비한 영기가 가득 차올라 저절로 예경을 올리게 되었다. 22 석상은 석가모니 부처님과 미륵보살, 제화갈라보살, 그리고 노스님은 나한 중에 빈두로존자였으며, 나머지 18 나한이었다. 이처럼 석상으로 조성한 신통굴 나한전은 수많은 영험한 일화를 만들어내었고 오늘날까지도 불자들의 성지가 되고 있다.
보문사를 관음도량으로 창건하는 시발점이 된 석굴 나한전은 눈썹바위 마애관음보살좌상과 함께 대표적 성보문화재이며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기도가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나한전 일화 중 몇을 소개한다.
고려 때 일이다. 고려 왕실에서 옥등을 헌정하여 나한석굴을 밝혀왔는데, 한 어린 사미스님이 실수로 떨어뜨려 두 동강이 나버렸다. 사미스님은 울면서 달려가 주지스님께 알렸다. 주지스님도 크게 놀라 달려와보니 뜻밖에 옥등은 다시 붙어 기름도 가득한 채로 밝게 빛나고 있는게 아닌가. 주지스님과 사미스님은 이 기적같은 일이 나한성중의 가피임을 알고 정례를 올렸다고 한다. 그 신령한 옥등이 1980년 10.27 법난 중에 사라졌다고 하니 애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근세에 이르러 1892년 동짓날의 일이다. 공양주가 팥죽을 쑤려고 하니 아궁이에 불씨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절 안의 모든 불씨가 다 꺼져 있어 놀란 공양주가 불씨를 꺼트린 죄로 방에 숨어 자책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엌에서 장작불 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여 달려가보니 죽었던 불이 훨훨 살아나 있었다. 공양주는 이 또한 가피임을 깨닫고 “나한성중!”을 외치며 감격하여 팥죽을 쑤어 올렸다.
공양주스님이 동지 팥죽으로 아침공양을 마치고 아랫마을 장봉리에 내려가 아는 노인을 만났는데, 보자마자 그 노인이 새벽에 절에서 어린아이를 내려보내 불씨를 얻어오라고 한 일을 책망하는 것이었다. 공양주스님이 그런 일이 없고 절에는 어린아이가 없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계속 노인이 어린아이에게 불씨를 주었다고 말하자, 그제서야 상황을 짐작한 공양주가 노인에게 새벽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급히 석굴로 돌아와보니, 나한 중 한 분의 입에 팥죽이 묻어 있었다고 한다. 이후로 사람들은 동지만 되면 석굴 나한전에 팥죽을 쑤어 올리며 기도한다고 한다.
백여 년 전 흉년에 괴질에 겹쳐 살기가 힘든 때가 있었다. 보문사에 한 도둑이 들어 법당의 여러 불기(佛器)를 훔쳐 산을 넘어 도망가버렸다. 그 도둑은 밤새 산속을 달려 스스로 멀리 벗어났다고 생각하여 잠시 쉬고 있는데, 어디선지 절의 풍경소리가 들렸다. 보문사로부터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 도둑은 다시 열심히 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새벽에 한 스님이 인기척을 느껴 살펴보니 무거운 자루를 둘러메고 느티나무를 뱅뱅 돌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는 바로 지난밤 하루 묵어가던 길손이었다. 도둑은 용서를 빌며 자신의 딱한 처지를 하소연하고, 밤새 뛰어 도망갔는데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니, 부처님이 자신을 붙잡아놓은 것 같다고 하였다. 스님으로부터 쌀과 노잣돈을 받고 돌아간 도둑은 훗날 부자가 되어 보문사의 불사에 큰 도움을 주는 독실한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1928년 보문사는 낙가산 눈썹바위 아래 마애관세음보살 좌상을 조성하였다. 이곳은 대웅전 옆으로 무려 419계단을 올라야 이르는 곳으로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기도의 성지이며 동시에 서해 최고의 일몰 경관을 자랑하여 기도와 휴식의 장소로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글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