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민 수풀#17 22cm×27cm 캔버스에 유채,오일파스텔 2023
김기민 수풀#17 22cm×27cm 캔버스에 유채,오일파스텔 2023

 

[아츠앤컬쳐] 예술가가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은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지켜지고 있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그 원칙의 시작은 동료들의 인정을 받은 후 비평가, 갤러리스트, 이후 일반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과정이 반드시 지켜진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분야의 동료가 먼저 재능을 알아주고 그 이후에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이런 절차와 과정을 통해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에게도 어려워하는 것이 있다. 동서양의 위대한 예술가들은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작업의 시작점, 바로 ‘모티브를 어디서 찾아내는가?’다. 예술창작의 주제가 종교와 자연에서, 이어 인간과 철학으로, 다시 사회와 개인의 개성으로 발전되어 가는 예술사의 이념이 결국 자신 주변의 고찰과 사색으로부터 시작되어 결국 우주로까지 확장된다. 그래서 예술가에게서 모티브의 발견은 중요한 항목이다.

이러한 논리에 근거하여 그 우주로의 시작점을 닮은 작품을 소개해 본다.

비교적 젊은 나이의 작가 김기민의 작품이 그러하다. 현재 세계 최고의 미술학교로 평가되는 RISD(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 재학 중인 김기민의 작품 <수풀#17>은 작은 그림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하나의 우주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더믹 시절, 잠시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집 마당 한구석에 있는 수풀 무더기를 그려낸 그림이다.

바람과 새벽의 이슬을 받아낸 작은 풀들이 생명력과 자연의 이치를 실천하듯 이리저리 너풀거리는 형태를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거창한 화폭에 대자연의 숭고함을 담아낸 것이 아닌 작고 볼품없이 가녀린 풀 무더기 한 폭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투영시켰다. 세계 최고의 미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지금 자신의 작업이, 미래가, 이 풀처럼 흔들리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성찰의 시간이 느껴진다.

주변의 사색과 고찰, 그리고 자신 삶의 일부를 투영시켜 그려낸 그의 작품은 작은 것도, 사소한 것도 다르게 보이고 그 차이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완성했기에 같은 분야의 동료가 아님에도 그를 성공한 미래의 예술가로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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