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od in Port-Marly_Alfred Sisley(1876)
Flood in Port-Marly_Alfred Sisley(1876)

 

[아츠앤컬쳐] 알프레드 시슬레(Alfred Sisley)(1839~1899)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영국 국적을 취득한 영국인이다. 하지만 평생을 프랑스에서 살면서 활동했기에 미술사에서는 프랑스 화가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또 그의 작품에서는 영국적인 스타일이 풍긴다. 특히 영국의 대표적 풍경화가인 존 컨스터블(John Constable)(1776~1837)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알프레드 시슬레 작품의 독창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는 애수 어린 풍경의 분위기나 한 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어려운 묘한 풍경의 기운, 평온함과 고요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화풍 등은 영국 회화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알프레드 시슬레는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로 평가되고 있으며, 활동 당시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1841~1919) 등과도 친분을 유지하며 인상주의 화풍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알프레스 시슬레는 파리 기준으로 남서쪽인 일 드 프랑스(Ile de France) 지방의 자연을 대상으로 많은 걸작을 남겼다. 특히 《홍수가 난 마를리 항(Flood in Port-Marly)》(1876)은 1876년 센 강 유역의 마를리 항이 홍수로 범람했을 때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1876년 봄, 파리 근교 일 드 프랑스 지방은 폭우로 인해 센강(Seine River)에서 홍수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근처의 마를리 항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당시 마를리 항 근교의 마를리 르 루아(Marly-le-Roi)에 살고 있던 시슬레는 홍수로 불어난 물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으며, 이때의 홍수를 주제로 하여 7점의 연작을 제작했다.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1848~1894)도 프랑스 초기 인상주의 화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는 주로 사실주의 화풍에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다른 인상주의 화가에 비해 사실주의에 기반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는 인상주의의 중요한 후원자 중 한 명일 정도로 부유하였다고 한다.

Paris Street, Rainy Day_Gustave Caillebotte(1877)
Paris Street, Rainy Day_Gustave Caillebotte(1877)

이슬비가 내리는 흐린 오후, 파리 생라자르 역 근처의 더블린 광장을 걷는 사람들을 담은 《파리 거리, 비오는 날(Paris Street, Rainy Day)》(1876)은 19세기말 급변하는 도시의 모습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앞서 파리 근교의 일 드 프랑스 지방은 폭우로 인하여 마를리 항에 홍수가 발생하였지만 파리 도심 자체는 크게 영향이 없었다. 센강이 범람하였음에도 파리 시민들은 걱정하지 않았고, 기술 발전과 도시의 현대화된 인프라에 대한 자신감 덕분에 또 다른 대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1910년 백년 대홍수라고 불리는 파리 역사상 가장 큰 홍수가 발생했고, 결국 그 결과는 참혹했다. 40킬로미터의 도시 도로가 침수되어 파리를 비롯한 12개 지역에 영향을 미쳤고 20만 채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기록 보관소를 비롯한 많은 기념물이 물에 휩쓸려 사라졌고, 손상된 구조물을 복구하고 보강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들었다.

당시만 해도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많지 않았을 것이고 실제 기후위기라는 용어도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현행 법률 상에 기후위기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있을까?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라 함)을 제정하여 시행 운영 중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위기의 심각한 영향을 예방하기 위하여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강화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ㆍ환경적ㆍ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태계와 기후체계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를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먼저 기후변화는 사람의 활동으로 인하여 온실가스의 농도가 변함으로써 상당 기간 관찰되어 온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추가적으로 일어나는 기후체계의 변화를 뜻한다. 즉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더해 인간의 농경, 산업 발전 등으로 발생하는 기후체계의 변화를 의미한다.

한편 기후위기란,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최근 독특한 개정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2018년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2003~)의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 시위를 시작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미래세대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었다. 우리나라의 미래세대들도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비가역적인 위험과 영향을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기후불평등 피해 당사자임을 인식하고 유의미한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미래세대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치ㆍ사회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힘든 구조였다. 국가ㆍ지역 비전 및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이 의사결정 주체로 참여하기 어렵고, 기본계획의 수립과 상황점검 과정에 미래세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창구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이에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인 미래세대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탄소중립기본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주요 정책을 정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탄소중립 사회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거나 없애고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재정ㆍ기술ㆍ제도 등의 기반을 구축하여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피해와 부작용을 예방 및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를 말한다. 해당 위원회에 국무총리 및 각 부처 장관, 기후과학, 온실가스 감축 등의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의견을 들어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는 사람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였는데, 최근 개정으로 특히 위원회에 “아동”을 포함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글 |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변호사, 변리사
문화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