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entína Huckova
[아츠앤컬쳐] 슬로바키아 출신의 아티스트 발렌티나 후츠코바(Valentína Huckova)는 예술과 생태, 공동체를 연결 짓는 다학제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녀의 실천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참여자와 함께하는 워크숍, 지역사회와의 협업, 생태적 상상력을 통해 감각적이고 비판적인 경험을 만들어낸다.
영국 노리치 예술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과 사운드를 전공한 그녀는, 현상학적 관점과 에코 크리티컬한 시선을 바탕으로 인간과 환경,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색해왔다. 2020년에 선보인 <Cowmeat>은 발렌티나의 작업 중 가장 직설적인 비판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고기 포장 트레이 안에 들어간 인형 형태의 소는, 실리콘·펠트·재활용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유기농”, “방목”, “친환경” 등 소비자가 안심하는 라벨 문구들과 함께 진열돼 있다. 그러나 라벨의 마지막은 “and other lies”로 끝난다. 이로써 작품은 언어를 통한 기만과 소비주의의 허상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작품 하단에는 인간 소비자의 모습을 한 인형도 함께 등장해, 육식 중심의 소비 문화와 ‘종차별(speciesism)’ 개념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호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가 제시한 이 개념은 인간이 다른 종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발렌티나는 언어와 포장, 상품화의 층위를 해체하며, 우리가 '고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소비하는지를 질문한다.
<Cowmeat>은 단지 축산업 비판을 넘어서, 현대 사회가 진실을 감추기 위해 사용하는 미학적 전략을 드러내고자 한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착각, 마트에 진열된 익숙한 포장 안에 숨겨진 폭력, 그리고 언어를 통해 덧씌워진 안심의 환상은 이 작품을 통해 불편한 현실로 환기된다.
그녀는 예술을 통해 우리가 외면해온 진실을 끌어올리며, 시각적 장치로 감각을 흔들고, 인식을 전환시킨다. 이 작품을 통해 예술이 단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닌, 변화를 이끄는 ‘촉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의 예술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소비하고 있으며,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가? <Cowmeat>은 그 질문을 시각적으로 펼쳐 보이는 하나의 무대다.
글 | 최태호
독립 큐레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