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의 아름다운 출사지

김광중, 해신당 32mm F11 15s ISO100
김광중, 해신당 32mm F11 15s ISO100

 

[아츠앤컬쳐] 강원도 삼척 해안에 자리한 해신당 공원은 억압된 성의 해방이라는 파격적인 문화적 코드와 동해의 수려한 자연 경관이 독특하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남근 숭배 민속(男根崇拜民俗)과 아름다운 풍광의 이질적인 조화는, 사진작가에게 기존의 익숙한 관념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탐색하도록 이끄는 매력적인 장소이다.

공원 곳곳에 있는 다양한 재료(나무, 돌, 금속 등)의 남근 조각은 단순한 에로티시즘을 넘어 기이하고 낯선 풍경을 연출하며 시각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무의 섬세한 결, 돌의 견고한 무게감, 금속의 차가운 속성 등 각기 다른 물성이 빚어내는 조형적 변주는, 대담한 앵글과 독창적인 구도를 통해 각 재료가 지닌 고유한 조형미를 극대화하면 어떨까. 이러한 다채로운 형태의 오브제들을 통해 사진가는 억압과 해방, 생명과 죽음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주제를 심오하게 탐구하거나, 해신당 공원이 품고 있는 역사와 전설,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 속에 녹여내도 좋다.

김광중 작가의 <해신당> 사진은 셔터가 장시간 개방되는 장노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지하는 현실의 경계를 섬세하게 와해시키며 몽환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분위기를 유연하게 자아낸다. 또한 찰나의 순간을 고정하는 일반적인 사진의 문법에서 벗어나, 시간의 흐름을 담아낸 사진은 미묘한 움직임의 잔상으로 비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깊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대게 흑백으로 제시되는 이미지는 현란한 색채의 즉각적인 향연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표면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그 속에 축적된 시간의 흔적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촉발하며, 흑백의 농밀한 계조는 사진 속에 담긴 내면적인 감정의 깊이를 섬세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해신당 공원은 다채로운 촬영 모티브를 제공하는데 해신당 앞바다에 우뚝 솟은 ‘애바위’ 역시 사진작가들이 촬영하는 주요 피사체이다. 해초 작업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애랑이 목숨을 잃자, 그녀를 그리워하던 덕배의 애절한 마음은 마을에 흉어가 드는 불운으로 이어졌고, 이후 마을에 닥친 흉어를 달래기 위해 남근 제사를 지낸 것이 해신당 공원과 독특한 남근 숭배 풍습의 기원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애바위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슬픈 전설이 담긴 상징적인 오브제로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끊임없이 부딪히는 파도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바위의 영원성은 삶을 함축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애바위를 통해 비극적인 서사와 영원이라는 시간성을 동시에 담아도 좋다.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구축하여 연작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접근해 보자. 더욱 풍부하고 다층적인 의미를 심오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JOA(조정화)
사진작가
현재, 월간중앙 <JOA의 핫피플 앤 아트> 연재 중
<그래서 특별한 사진읽기>저자
<photoschooljo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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