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의 아름다운 출사지

한상일, 영벽정 62mm F5.6 1/250s ISO100
한상일, 영벽정 62mm F5.6 1/250s ISO100

 

[아츠앤컬쳐] 화순군 능주읍에 위치한 영벽정(映碧亭)은 푸른 산과 강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유래하여 ‘푸른빛을 비추는 정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름에 걸맞는 곳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촬영 명소를 넘어, 역사와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이다.

조선 시대에 축조된 영벽정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전라남도 문화재 자료 제67호로 지정되었다. 오랜 세월 여러 차례 보수와 중건을 거치며 전통적인 건축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정자의 건축 양식뿐만 아니라, 나무 기둥의 질감과 정자 내부에 걸린 현판들은 마치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 사진에 깊이를 더한다. 특히, 영벽정 옆으로 펼쳐지는 경전선 철길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하는 듯한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고즈넉한 정자와 철길의 현대적인 이미지가 시각적인 대비를 이룬다. 이처럼 시간의 레이어가 겹쳐진 듯한 풍경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진 찍기 좋은 출사지다.

영벽정 주변의 자연은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채롭다. 아침에는 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낮에는 햇빛이 강물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풍경을 선사한다. 해 질 무렵에는 붉은 노을이 하늘과 강물을 물들이며 황홀한 광경을 연출한다. 비 오는 날이나 안개 낀 날에는 운치 있는 독특한 풍경을 담아낼 수 있다. 사진을 특색 있게 담으려면 지석강변의 강물에 비치는 반영을 담거나, 강변을 따라 이어진 왕버들나무 군락과 정자가 조화롭게 다양한 구도와 앵글로, 색온도에 따른 시간대와 날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촬영해도 좋다.

사진은 단순한 기술적 기록을 넘어, 작가의 내면세계와 독창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예술의 영역이다. 뛰어난 작품은 화려한 기교, 기술적 완벽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상일 작가의 영벽정 사진은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자연과의 깊이 있는 교감을 바탕으로 작가 고유의 예술적 언어를 통해 감상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특히, ‘비움’의 미학을 통해 깊이 있는 사유의 공간을 창조하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기차가 있는 풍경이 아닌, 기차가 없는 철로의 고요함과 여백을 통해 감상자에게 다양한 해석과 상상의 여지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구도, 빛, 색채 등 다양한 요소를 능숙하게 활용하여 작가만의 예술적 언어를 구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즈넉한 영벽정과 주변의 자연환경에 내재된 정서와 철학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예술가의 붓과 같이 창조적 표현의 도구로 기능한다. 단지 기술적 완성도에 머무르면 피사체의 외형적 묘사에 그칠 뿐이다. 기술적 숙련과 예술적 감성의 균형 그리고 작가의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을 통해 좋은 작품이 완성된다.

 

글 | JOA(조정화)
사진작가
현재, 월간중앙 <JOA의 핫피플 앤 아트> 연재 중
<그래서 특별한 사진읽기>저자
<photoschooljo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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