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근원지를 가다
[아츠앤컬쳐]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의 거인”으로 불린다. 전체 인구수는 1,8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나라이며, 이는 동유럽 전체 면적과 비슷하다. 남한 면적의 26배라고 하니 상상만으로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처럼 조그만 나라에도 국립공원 수가 무려 20개나 된다. 반면에 우리나라보다 26배나 큰 나라인 카자흐스탄에는 국립공원 수가 14개에 불과하다. 그러니 비록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자연풍광이 수려하고, 자연 보존 상태가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방치되어 있는 곳이 얼마나 많겠는가!
실제로 카자흐스탄 방방곡곡을 여행하다 보면, 국립공원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뚜즈꼴호수와 한텡그리봉’이다. 한텡그리봉(7,010m, Khan Tengri Peak)은 카자흐스탄 사람들에게 성지(聖地)와 같은 산이기 때문에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키르기스스탄 국경 근처에 있는 뚜즈꼴 호수(Tyzkol Lake)는 카자흐스탄에서 오지 여행을 하거나, 오지 전문 사진작가면 몰라도 일반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곳이다.
이곳에 대하여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www.photogram.kr)에 소개한 이후, 카자흐스탄 여행자 및 일부 한국의 오지 여행자들 중심으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으며,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한텡그리봉을 가장 아름다운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뚜즈꼴호수다. 뚜즈꼴호수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국경 근처에 있는 도시 나른골(Narynkol)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한텡그리(Khan Tengri) : 톈산산맥(天山山脈) 중앙부에 있는 “정령(精靈)왕”이라 불릴 정도로 신령스럽고, 영적인 산이다. 고대 투르크-몽골어로 텡그리는 천신(天神)을 뜻한다. 단군을 뜻하는 ‘당골’과 어원이 같다. 인터넷에서 한 텡그리를 검색해보면 한민족의 근원지라는 설을 뒷받침해주는 이론이 많은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한은 왕이고, 텡그리는 무당이다).
알마티에서 출발하여 뚜즈꼴호수까지는 약 6시간 정도 소요된다. 당일 코스로는 여행이 불가능하고 최소한 1박 2일이 필요하다. 일단, 뚜즈꼴호수에 도착했다면, 잠자리를 어디로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오지 여행을 전문으로 하고, 먹는 것과 자는 것에 대해 크게 따지지 않는 타입이라면, 목동 집에서 자는 것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다.
호수 주변에는 몇몇 목동들이 살고 있으므로 날이 저물어 목동에게 부탁하면 하룻밤을 신세 질 수 있다. 목동 집에 머물면서 현지 음식도 먹어보자. 미리 준비해 간 선물도 드리고, 목동과 같이 말을 타고, 호숫가를 거닐면서 눈 덮인 톈산도 감상해보자. 잠자리 및 음식에 불편을 느끼는 여행자는 나른골이나 케겐(kegen)으로 나가 비교적 숙박시설이 좋은 여관이나 민박집을 이용할 수 있다.
뚜즈꼴호수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톈산산맥에서 가장 높은 포베다봉(7,439m)과 한텡그리봉(7,010m) 그리고 뚜즈꼴 호수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감상하고 싶다면 호수 주변의 산 정상이나, 언덕에 올라가야 한다.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일몰과 일출 풍경이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일출. 톈산산맥의 고봉들이 붉게 물들어 호수에 반영(反映)되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이럴 때는 과연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행복한삶을 영위할 수 있나 하는 것을 스스로 묻게 된다.
또한, 눈앞의 뚜즈꼴호수와 한텡그리봉 조합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비로소 실감할 수 있다. 뚜즈꼴호수 여행의 중요 목적 중의 하나는 한민족 근원지이며 단군신화와 연관성이 있는 한텡그리봉을 보는 것이다.
한텡그리봉은 남성적으로 생겼다. 정상부근은 온통 바위산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 산악인이 한텡그리봉 정상 정복에 나섰다가 목숨까지 잃은 경우가 많다. 반면에 키르기스스탄 영토에 위치하고 있는 포베다봉은 여성스럽다. 현지 여행자 말에 따르면, 자기는 4번씩이나 뚜즈꼴 호수에 왔지만, 한번도 제대로 된 한텡그리봉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신령스럽고 영적인 산을 쉽게 보여준다면 아마도 다른 고봉들과 같이 단순히 높은 산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고산은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구름 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하루종일 볼 수 없는 날도 있다. 큰맘 먹고 한텡그리봉을 보기 위해 뚜즈꼴호수를 찾았지만, 보지 못하였다면 날씨보다도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카자흐스탄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토속 민간 신앙이 남아있다. 지금도 시골 마을에는 유명한 무당도 있고, 서낭당도 있다.
단군신화와 토속 신앙인 샤머니즘(shamanism)의 연관성에 따라, 한텡그리봉을 한민족의 근원지라고 주장함에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단군신화, 그리고 한민족의 근원지인 한텡그리봉. 전설을 떠나 여행을 통해서 톈산(天山)의 기(氣)도 받고, 더불어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자기 인생의 이정표를 재설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글·사진 | 조정국
카자흐스탄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중앙아시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았고, 현재는 KB국민은행에 근무하며 오지여행 전문가겸 사진가로 활동하고있다. 잡지 기고 및 중앙아시아 가이드북&사진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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