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한 이후로 우리의 생활은 물질적인 만족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점점 소중한 정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이제 그 정을 찾는 것이 너무 힘들어졌다. 사회는 각박해지고 정 붙일 곳이 없어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불안하게 살고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시대의 변화라고 일컬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80년대 후반의 배낭여행 1세대를 지나 90년대 초, 나의 대학 생활은 여행과 같이 지나왔다. 90년대만 해도 유럽여행은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이나 직장인의 출장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당시에는 한 번 가기 힘든 유럽 여행에서 가능한 많은 나라로 최대한 많은 도시를 다녀오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직장인들도 9~14일 이내로 유럽여행을 많이 떠나고 있고, 한 번 이상 유럽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아지는 추세이다. 더 이상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이 주가 아니다. 게다가 한두 나라에서 서너 도시 정도만을 집중적으로 여행하고 싶어 하는 것이 요즈음의 유럽여행 분위기이다. 유럽인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휘게(Hygge) 여행을 즐기고 있다.

휘게(Hygge)는 노르웨이어로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을 뜻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는데, 2016년 영국 콜린스 영어 사전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단어가 되었다.

지금은 누구나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맛있는 음식을 먹는 방송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먹방’처럼, 한가로이 여행을 가지 못하니 대신 여행가는 프로그램을 보는 ‘여방’이라 할까? 자녀와 함께 방학에 유럽여행을 하는 부모도 많아졌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일상 너머에서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으로, 실생활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속한 곳에서는 해결할 수 없어 발생하는 일탈과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여행을 할 때,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큰 결심을 하고 여행을 간다. 그런데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데에만 집중을 하고 정작 여행을 가서 무엇을 할지는 미처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준비가 소홀한 상태로 여행을 다녀온 후에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다행이지만, 단순히 다녀온 기억만 남는다고 대답하게 되면 헛수고가 된다. 여행을 같이 간 경우에도 서로가 목적이 다른 여행을 다녀오면 그 결과도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성도 여행 강의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출발은 목적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가서 각자 자신이 원하는 여행치료를 받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시작되었다. 나는 그것에 ‘휘게(Hygge)’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기 위한 목적으로 길을 떠난 나는 긴 여정 중에 만난 동반자들과 교감하며 더욱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새로 시작할 힘을 휘게(Hygge)에서 얻게 되었다.

작가 | 조대현
54개국 162개도시 이상을 여행한 저자는 강의와 여행 컨설팅, 잡지 등의 다양한 활동과 “TOP 10”여행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다. MBC TV 특강과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에 아이슬란드 링로드가 소개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저서로 크로아티아, 아이슬란드, 라오스 등의 가이드북이 출간되었으며, 발트 3국, 체코, 독일 로맨틱&괴테 가도, 동유럽, 크로아티아 등이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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