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이건 뭐지?’ 갑자기 날아온 교통 위반 통지서, 이전 통지서들과는 다르다. 보통은 사진이 찍혀야 하고 금액이 적혀있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경찰서로 오란다. ‘뭘 잘못했나?’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으로 찾아간 경찰서에서 경찰관 하시는 말씀 “블랙박스 신고인 것 같은데요.” 자세히 알아보니 고속도로 공사구간에서 그 넓은 차선이 한 차선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차량들이 비켜주지 않아 사고를 피해 잠시 갓길 운행하는 모습을 촬영해 신고한 것이다. ‘카파라치’였다.

그런데 요즘은 ‘란파라치’들이 득실득실하단다. 대한민국에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미디어에서 난리다. 바로 김영란법이 가져온 사회현상을 두고 많은 해석과 기대, 우려가 동시에 표출되고 있다. 정확하게 법의 적용 범위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제일 두려운가 보다. 모두들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전 국민의 복지부동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취지가 좋은 법이니 언젠가는 청렴한 사회로 가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해보지만 후원사들이 발을 뺀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걸 보면 걱정도 된다. 취소된 후원사를 상대로 영원히 ‘빠이빠이(Bye Bye)’하고 싶다면 모를까 소송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이런 딜레마에 빠진 공연계의 행보가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하다. 그동안 정말 많은 비리들이 이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당장 정부-입법-사법 기관 모두에 이어진 비리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세상의 거울처럼 각종 영화에서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 같은 못된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하고 그들을 응징하는 스토리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필자가 본 오페라 중에서 비리의 끝판왕 캐릭터가 등장하는 오페라 중 대표적 작품이 유명 작곡가 푸치니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 ‘토스카(1900년 1월 14일 로마 콘스탄치 극장 초연)’이다. 프랑스 혁명의 대명사 나폴레옹이 이태리를 지배하던 오스트리아 군대와 벌인 마렝고 전투 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극 중 아름다운 여주인공 토스카는 오페라 극장의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이 여인을 갖고 싶은 경찰 서장 스카르피아가 등장한다. 그는 정치범 안젤로띠를 쫓던 중, 토스카의 남자친구 카바라도시를 범인 은닉죄로 구속하고 고문한다.

안젤로띠는 카바라도시의 오랜 친구였다. 순진한 토스카는 고통 받고 있는 남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정치범이 숨어있는 장소를 말하고 발각된 안젤로띠는 자살한다. 그런데 스카르피아는 한술 더 떠 남자친구를 살리려면 몸을 바치라며 온갖 감언이설과 협박을 한다. 왠지 우리의 춘향전 스토리가 떠오르지만 이 오페라는 전혀 다른 진행을 보여준다. 토스카는 스카르피아의 조건에 어쩔 수 없이 합의한다. 가짜로 사형을 진행하되 진짜처럼 보이도록 부하에게 명령한 스카르피아는 안전 통행증에까지 서명하며 그의 약속을 실천해준다.

그리고는 그녀를 안으려는 순간 토스카는 스카르피아를 식탁에 있던 나이프로 살해한다. 그 길로 토스카는 남자친구 카바라도시에게 달려가 그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 죽는 연기를 잘하라며 둘은 스카르피아의 시체가 발견되기 전에 빠져나갈 계획을 세운다. 곧바로 사형식이 집행되고 카바라도시는 토스카도 놀랄 정도로 총에 맞아 죽는 연기를 완벽하게 펼친다. 경찰들이 사라지고 토스카는 떠나고자 카바라도시를 일으켜 보지만 이미 그는 피를 흘리며 죽어있다. 경찰 서장은 그를 살려둘 마음이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경찰서장의 시체가 발견되고 몰려드는 무장 경찰들. ‘악당 스카르피아! 하나님 앞에서 다시 보자.’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토스카는 Sant’Angelo성에서 뛰어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어차피 경찰서장의 운명은 마렝고 전투에서 패한 오스트리아와 운명을 같이하고 있었다. 오페라가 폭삭 망했을 수도 있지만 토스카를 사랑하는 입장의 관객들에게는 미련이 남는 스토리다. 요즘 드라마였다면 ‘토스카를 살려주세요.’ 라고 게시판에 올렸을 텐데 말이다.

이 오페라는 비리 경찰이 휘두르는 악마적 권력으로 희생되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예술가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부당한 요구를 받고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여인이 부른 노래는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 졸지에 죄수의 신분이 되어 차가운 감옥에서 창밖 밤하늘을 보며 부르는 화가의 노래 ‘별은 빛나건만’은 이렇게 오페라뿐 아니라 콘서트에서 솔로 곡으로 불리는 유명 레퍼토리가 되었다.

아마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을 것이다. 김영란법의 시작은 공직기강의 문제로 시작되었다, 비리 없는 공직사회가 실현되어야 정의사회가 구현된다는 솔선수범의 이치이고 정말 억울한 사람들이 발생되지 않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 한다. 부디 단통법과 같이 시대의 계륵 같은 법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신금호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M cultures 대표, '오페라로 사치하라'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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