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3층에서 열리고 있는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 전시회에서는 평생을 인물화와 누드화를 그린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의 작품을 10월 4일까지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1906년부터 1920년까지의 유화와 드로잉 작품 70여 점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장은 남자의 초상, 여인상 기둥, 여인의 초상, 누드, 종이 작품, 모딜리아니와 모이즈 키슬링 등 여섯 개의 테마로 나누어져 있다.
이탈리아 리보르노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파리의 이방인으로 살아간 모딜리아니는 400여 점이 안되는 유화 작품만으로 몽파르나스의 전설이 된 화가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모딜리아니의 예술 세계를 그가 남긴 소수의 작품을 통해 만난다는 것은 그가 예술을 통해 추구했던 인류애와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 작품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오사카시립근대미술관 소장 작품인 ‘머리를 푼 채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는 1917년 파리의 베르트 베일 갤러리에서 열린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모딜리아니의 개인전에 전시된 네 점의 누드작품 중 하나인데, 전시 오픈 날에 모델의 음모를 노출시킨 이 누드화가 너무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벌어진 후 결국 전시회는 문을 닫았다.
이 작품은 모딜리아니가 남긴 누드 작품 가운데 밀도있는 색채감과 정화된 표현력, 강렬한 시선을 발하는 눈동자가 있는 작품으로, 누드작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모딜리아니의 인물(초상)화를 보면 대부분 눈의 눈동자가 없다. 어린 아내 잔느가 당신은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모딜리아니는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눈동자를 그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던가? 당시 가난했던 모딜리아니는 대부분 창녀를 모델로 썼다는데서도 그가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눈동자가 그려진 인물화는 모딜리아니와 친분이 있거나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36세의 짧은 생을 살다간 모딜리아니와 이틀 뒤 그의 뒤를 따라 스스로 세상과 결별한 젊은 부인 잔느와의 격정적 러브스토리와 비극적 결말은 왠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파리 페르 라셰즈1) 묘지에 있는 모딜리아니의 묘비에는 그의 짧은 삶을 아쉬워하는 글이 새겨져 있다.
‘Morte lo colse quando giunse alla gloria.’
이제 영광을 차지하려는 순간에 죽음이 그를 데려가다.
1) 페르 라셰즈(Père Lachaise)는 단순한 공동 묘지가 아닌 파리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 중 한 곳이다. 이 곳에는 쇼팽(Chopin),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로시니(Rossini), 프루스트(Proust), 콜레트(Colette)와 짐 모리슨(Jim Morrison) 등 유명한 인사들이 잠들어 있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올레tv 클래식 프로그램 ‘프롬나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