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ami(US 2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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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쳐] “예술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 왔다.”

현대인들의 삶 속에 핫트렌드(Hot Trend)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공공미술(Public Art)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도시의 일상 속, 예술 문화코드로서 각광받고 있다. 화이트 큐브(White Cube)를 벗어나 대지미술과 설치미술로 그리고 다시 공공미술로 예술은 그 장소성이 확장되었고 진화를 거듭하며 도시는 다중적 공간으로서의 창조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그 중 월 페인팅(Wall Painting)과 건축 공사현장의 가림막은 노후되고 삭막한 도시미관을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변모시킨 가장 혁신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흉물스럽게 여겨지던 비계에 매달린 파란 부직포가 ‘미술작품(artwork)’으로 대체되어 거리라는 무대에서 기존 건축물의 공간과 상태를 부정하고, 페인팅을 통해 새로운 장소의 의미와 시각적 즐거움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미술은 이러한 순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 논리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업자들의 난립과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없는 양적 팽창으로 오히려 조악한 풍경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Miami(US 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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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예술사와 건축을 전공하고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죠르디 베르나도(Jordi Bernadó)는 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탐구하는 방법으로 사진을 선택했다. 그는 비평, 유머 그리고 역설적 시각으로 세계의 정체성과 현재 도시의 모순, 부조리, 위험, 아이러니를 탐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일반적인 것을 특별하게 바꾸고 현실을 비현실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관객들로 하여금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실제와 거짓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도시는 인간을 위해 건설되고 진화하며 인간은 그것을 감상하고 누리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사진을 통해 재현(Representation)된 세계에서 치장된 도시의 아름다움은 이집트의 사막에서 원정중인 나폴레옹이 만났던 오아시스처럼 눈앞에 있으나 가질 수 없는 신기루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에 열광하는가?

Mexico (MX 38.1)
Mexico (MX 38.1)

눈앞에 존재하지 않거나 자신을 스스로 표현하지 못하는 실물을 표현하는 행위로서의 재현은 결코 자연적이거나 단순히 외부 현실에 비추어 확증 가능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문화적 코드에서 구축되어 나오는 정치적인 것이다. (문학비평용어사전) 베르나도의 사진의 특별함은 바로 이 재현의 실제와 허상을 판단할 수 있는 인식의 확장을 제공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정확한 현실 인식과 그 인식에 기초한 그의 작업은 다큐멘터리 사진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제도화된 예술에 대한 반성과 이에 대항하려 했던 예술가적 태도에서 시작된 공공미술에 내포된 아름다움과 추함, 창조와 파괴, 오래됨과 새로움은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마치 엄마의 아이를 연결하는 탯줄처럼 긴밀하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패러독스(Paradox)에 관한 인지를 통해 우리는 작가가 찾고자 했던 세계에 관한 ‘진실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죠르디 베르나도의 사진은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도이치 뱅크 컬렉션(Deutsche Bank Collection), 스페인 현대미술관(MUSAC), 사바델 은행(Banc Sabadell) 등 개인 및 유명 공공기관에 컬렉션 되어 있으며, 뉴욕, 파리,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마드리드, 로마 등 스페인과 세계 각국에서 전시되고 있다. 또한 그의 작품집은 2002, 2007년 포토에스파냐 베스트 사진 저서에 선정되었고 2003년에는 스페인 문화부 베스트 예술 저서상을 수상하였다. 작가는 지금까지 20권 이상의 동시대 세계의 건축 및 풍경 관련 사진집을 출판하며 주목받는 사진가로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글 | 김이삭
전시기획자, Art Director, 이삭환경예술연구소 대표
kim.issa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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