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년 만에 다시 찾은 베네치아, 20여 년의 세월 동안 2, 3년에 한번씩은 꾸준히 찾고 있다. 그만큼 베네치아의 압도적인 독특한 매력은 필자뿐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여행객들에게 절대적인 동경의 대상이다. 아츠앤컬쳐 이태리 특파원으로서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격년제로 개최되는 세계최고 현대미술 축제인 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에 베네치아를 방문해서 매혹적인 베네치아와 화려한 비엔날레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
햇살 가득한 베네치아 중심, 산 마르코(San Marco) 광장은 여느 때보다도 더 많은 여행객 인파로 활기찼다. 화창한 날씨와 더불어 명성 높은 국제 현대미술전인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으니 중세도시와 현대미술이 만들어 내는 멋들어진 조화로 함께 더욱 더 빛이 난다.
189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20주년을 맞이하는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세계적인 밀라노 엑스포 개최를 염두에 두고 예년보다 한달 앞당긴 5월 9일에 그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이번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씨는 2008년 우리나라 광주 비엔날레에서도 전시 총감독을 지낸 바 있을 정도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은 인물이다.
비엔날레는 크게 본전시와 국가관 전시로 나뉘어 두 지역에서 펼쳐지는데 비엔날레 총감독의 초청으로 이루어지는 아르세날레(Arsenale) 본전시에서는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라는 주제로 53개국 136예술인(팀)이 참가했고 한국에서도 6년 만에 3명(김아영, 남화연, 임흥순)의 작가들이 참가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단지 참가의 영광만 누린 것이 아니라 이번 본전시에서는 한국의 영화감독이자 미술작가인 임흥순 씨가 은사자상을 수상해 한국의 베네치아 비엔날레 참가 20년 역사이래 가장 큰 업적을 남겼다.
40년 넘게 봉제공장에서 시다 생활을 해 오신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 및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해 온 여동생의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제작했다는 9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Factory Complex)’은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상황과 그 불안정성의 본질을 섬세하게 그린 영상 작품으로 우리로 하여금 오늘날 노동자들과 그들의 근로조건을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한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임흥순 씨는 수상 소감에서 “삶과 일터에서 신념을 가지고 살아오신 많은 여성분들께 감사드리며 수상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히는 한편 “한국의 노동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라고 덧붙였다. 본전시 최우수상인 황금사자상에는 개념미술가이자 철학자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드리안 파이퍼(Adrian Piper) 씨가 영광을 차지했다.
자르디니(Giardini) 지역에서 펼쳐지는 국가관 전시에서는 아르메니아(Armenia) 국가가 100년 전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의 기억을 테마로 전시한 작품이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이한 우리 한국관에서도 전시 커미셔너인 이숙경 씨가 선택한 문경원, 전준호 두 작가의 듀엣 작품이 선을 보였는데, <축지법과 비행술(The Ways of Folding Space & Flying)>이라는 제목으로 한국관 전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살려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7채널 영상 설치 작업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에 대해서 이숙경 씨는 국가관으로서의 경계를 넘어 바라본 한국관과 베니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루고 있으며 마치 땅을 접어 놓은 듯 공간과 공간을 넘나든다는 의미인 ‘축지법’과 순간 공간 이동에 대한 초자연적인 능력인 ‘비행술’이라는 개념들을 예술에 비유하여 물리적,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내재적 욕망을 나타낸 것이라고 전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전시는 11월 22일까지 계속되며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큰 맘 먹고 이 기간에 베네치아 여행을 감행해 본다면 일생에 잊혀지지 않는 감동적인 추억을 남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글·사진 |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문화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