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자연동굴 성지
[아츠앤컬쳐] 이탈리아에 대해서 우리가 흔히 듣는 말 중에 하나는 이탈리아 국가는 나라 땅 전체가 역사적 유적지이자 관광지가 되어질 정도로 어딜 가나 각 지방마다 각 마을마다 그들만의 지역 풍광과 역사 스토리가 잘 보존되어 현재와 공존한다는 소문일 것이다. 필자가 사는 베르가모 관할 구역 산속 작은 마을에도 이 소문은 어김없이 적용되는데 바로 기적의 동굴 교회라고 불리는 꼬르나부자(Cornabusa) 성지가 바로 그것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곳은 이태리 북부 발레 이마냐(Valle Imagna) 산속의 산토모보노 떼르메(Sant’ Omobono Terme)라고 하는 인구 4,0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다. 해발 500미터에 위치한 물 좋고 공기 좋고 산새 아름다운 온천 마을로 한때는 여름 피서지로 밀라노, 베르가모 등 가깝게 위치한 도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휴양지로 유명했다. 산토모보노 떼르메 마을이 여름 휴양지로 알려진 것과 더불어 또 한 가지 필자가 사는 마을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자연동굴 성지 꼬르나부자의 존재 때문이다. 이태리에서는 기적을 믿는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먼 곳에서 일부러 이 동굴 교회로 예배를 드리러 온다.
꼬르나부자의 의미는 직역하면 ‘바위 구멍’이라는 뜻으로 베르가모 사투리이다. 이 커다란 자연 ‘바위 구멍’이 어떤 연유로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신성한 교회로 탄생되었는지 그 스토리가 자못 궁금하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마을 전설에 따르면 때는 1350년에서 1440년경 사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탈리아 안에서 내전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이곳 발레 이마냐 산속으로 피신했다고 한다. 최소한의 필수품만을 몸에 지니고 산속으로 들어간 한 무리의 사람들은 해발 700미터 산 중턱에 위치한 이 동굴을 발견하고 이곳에서 전쟁이 좀 진정될 때까지 머무르게 된다. 얼마 후 바깥세상이 잠잠해져 모두들 동굴을 나와 자신들의 마을로 내려갔는데, 그중 한 노인이 집을 나올 때 가지고 나온 나무로 만든 성모 마리아상을 안전하게 피신처 역할을 해준 동굴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동굴 안에 그대로 남겨 두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 후 우연히 동굴에 들어가 성모 마리아상을 접한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감사의 은혜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산골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는 커다란 기적이 일어난다. 벙어리에 귀머거리인 한 양치기 소녀도 동굴을 발견하고 강한 호기심에 이끌려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성모 마리아상과 만나게 된다. 그 성모 마리아상과 양치기 벙어리 소녀 사이에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여러 설이 나돌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벙어리이자 귀머거리인 양치기 소녀가 집으로 뛰어들어가며 동굴 속에서 성모 마리아상을 발견했다고 소리 지르며 말이 트이는 기적이 일어나 온 동네는 물론 이 지역 교회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이렇게 기적의 성모 마리아상으로 추앙받은 목조 마리아상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신부들은 이곳저곳 동네 교회에 옮겨다 놓지만 어김없이 이 마리아상은 동굴 속에 돌아가 있는 희귀한 일이 계속됐다고 한다. 하는 수없이 가톨릭 사회에서는 산 중턱 동굴에 성모 마리아상을 모셔 놓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성지로써 인정하고 대대적인 도로 공사를 벌여 쉽게 사람들이 예배를 보러 올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특별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성지 꼬르나부자는 1510년 2월 4일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첫예배를 드리고 500년이 넘는 장엄한 세월 속에 여전히 크고 작은 기적과 은혜를 베풀며 신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곳 발레 이마냐 산골이 고향인 교황 요한 23세도 꼬르나부자를 방문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지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글·사진 |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日本女子大學 卒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