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사랑

스페르롱가 해변
스페르롱가 해변

[아츠앤컬쳐]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시민들은 가까운 바닷가로 과연 어느 곳을 선호할까? 로마 근교에서 가장 물이 맑고 그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수도 시민들이 한여름에 즐겨 찾는 곳은 스페르롱가(Sperlonga) 해안가 마을이다.

암반 언덕 위의 스페르롱가 구시가지
암반 언덕 위의 스페르롱가 구시가지

스페르롱가는 라찌오(Lazio)주 라티나(Latina)시 관할 구역에 속해 있는 인구 3,300명의 작은 바닷가 마을로 높은 언덕 위에 고즈넉이 회백색의 구도시가 눈길을 끄는 인상적인 마을이다.

스페르롱가 구시가지로 오르며 바라다 본 투룰리아 탑
스페르롱가 구시가지로 오르며 바라다 본 투룰리아 탑

우뚝 솟은 구시가지로 올라가면서 첫 번째로 마주치는 것은 1532년에 건축된 투룰리아 탑(Torre Truglia)으로 중심 관망대로서 묵묵히 마을 입구 역할을 한다. 가파른 층계를 올라가며 점점 높아지는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절벽 양쪽으로 펼쳐진 해변 파노라마는 그야말로 절경이다. 다닥다닥 붙은 옛날 집 그대로 헐고 낡았지만 오래된 건축물들만이 줄 수 있는 그 정겨움과 평온함은 참으로 좋다.

스페르롱가 구시가지 골목들
스페르롱가 구시가지 골목들

두 명이 나란히 서서 통과하면 꽉 차는 좁은 건물 사잇길들, 그 사잇길에 나 있는 호기심 자극하는 파란 문들과 앙증맞은 소박한 작은 간판들을 거쳐 마을 중심 광장에 이른다. 그 중심 광장으로부터 비교적 넓은 보도가 펼쳐지는데 마을을 가로질러 반대편 해변 마을로 연결되는 구시가지 중심 거리를 산책하며 절벽 아래로 바라다보이는 바다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페르롱가의 뛰어난 아름다움은 고대 로마 황제들에게도 사랑을 받은 것 같다. 특히 티베리우스 황제는 스페르롱가 중심 해변 끝자락에 있었던 기존의 로마 황실 소유의 저택을 새롭게 단장하고 그 규모를 더 크게 늘려 매년 여름 별장으로 사용했었다.

티베리오 동굴
티베리오 동굴

티베리우스 저택 안에는 티베리오 동굴(Grotta di Tiberio)이라고 불리는 자연 암반 동굴이 있는데 그는 그곳을 많은 화려한 석상 조각으로 꾸미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연못 같은 수영시설을 갖춘 후 야외 점심 식사 장소로 즐겼다.

티베리우스 여름 저택 유적지에는 현재 스페르롱가 국립 고고학박물관(Museo Archeologico Nazionale di Sperlonga)이 지어져서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는데 1957년 티베리오 동굴에서 발굴된 석상들을 비롯하여 저택의 모든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티베리오 동굴에서발견된 율리시스 대리석상
티베리오 동굴에서발견된 율리시스 대리석상

많은 석상들 가운데 특히 대리석으로 조각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율리시스를 주인공으로 한 거대한 조각상이 가장 한 눈에 들어 오는데, 발가벗겨져 창으로 위협당하며 쓰러져 있는 적나라한 모습이 그야말로 감탄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명작이다.

스페르롱가를 잘 아는 지역 사람들이 아니라면 모르고 지나칠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절벽 산책길 코스가 있다. 필자도 해변 레스토랑에서의 점심을 마치고 걸어서 해변 끝 절벽산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이 고고학 박물관을 헤매며 찾다가 우연히 지역 주민을 만나 그 절벽산 안으로 들어가 고고학 박물관이 위치한 건너편 길로 이어지는 절벽 위 산책로를 걸을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스페르롱가의 티베리우스여름 별장 유적지
스페르롱가의 티베리우스여름 별장 유적지

덕분에 티베리우스 여름 별장 전체 유적지 모습도 시원하게 펼쳐진 스페르롱가 해변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이런 뜻하지 않은 행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글·사진 |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日本女子大學 卒業, 문화 칼럼니스트
lavitaj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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