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이태리 북부 밀라노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하루 정도 여유를 내어 밀라노 바로 옆 도시 베르가모를 방문한다면 상업도시인 밀라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에 이태리 여행이 한층 더 보람될 것이다.
베르가모는 롬바르디아 주에 속한 인구 115만의 중소도시로 밀라노, 브레샤, 몬자에 이어 롬바르디아 주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베르가모는 크게 치타 알타(Città Alta)와 치타 바싸(Città Bassa) 두 부분으로 나뉜다. 높은 도시라는 뜻의 치타 알타는 명칭 그대로 치타 바싸(낮은 도시)로부터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서 높은 지대에 형성된 도시로 중세의 옛 구시가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적인 유적지이다. 반대로 치타 바싸는 낮은 평야 지대에 형성돼 이곳저곳 고대, 중세의 잔재를 간직하고 있지만 도시계획에 의해 크게 현대화되어 지금의 상업도시 모습을 이룬다.
치타 바싸에 위치한 베르가모 기차역 바로 앞 도심을 관통하는 메인도로를 따라 직진하다 얼마 안 가서 마주치는 언덕 위에 고즈넉이 펼쳐지는 중세도시 치타 알타! 튼튼히 지어진 성벽에 둘러싸여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옛 도시 모습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도보나 자동차로도 경치를 즐기며 쉽게 치타 알타에 이를 수 있지만 1887년에 개통된 후니꼴라레(Funicolare, 등산전차)를 타고 여유 있게 발밑에 펼쳐지는 치타 바싸의 전체적인 풍경을 즐기며 오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베르가모 알타(Bergamo Alta)라고도 불리는 치타 알타는 중세에 만들어진 도시로 16세기 베네치아 공화국 지배하에 건축된 성벽으로 보호되어 있다. 치타 알타는 파도바(Padova), 페라라(Ferrara), 룩카(Lucca), 그롯세토(Grosseto)와 더불어 이태리에서 유일하게 옛 모습 그대로 거의 손상되지 않고 완벽하게 보존된 옛 성곽으로 둘러싸인 중세시대를 반영하는 구시가지이다.
치타 알타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중심 광장은 피앗짜 베키아(Piazza Vecchia, 베키아 광장)로 광장 중심에는 베네치아 공화국으로부터 온 베르가모 도시 책임자 콘타리니(Contarini)에 의해 시민들에게 1780년에 헌정된 콘타리니 분수가 있고 당시 정치의 중심이었던 라죠네(Ragione) 건물과, 또레 치비카(Torre Civica, 시민의 탑), 현재 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팔라쪼 누오보(Palazzo Nuovo, 새로운 건물)등 유수의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일 캄빠노네(Il Campanone, 큰 종)이라고도 불리는 치비카 탑의 종은 오늘날에도 밤 10시에 100번의 종을 울리며 옛 관습을 지키고 있는데 이는 중세시대 당시 성문을 닫고 통행금지를 알리는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어둠이 깊어진 베키아 광장 앞 카페에 앉아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향 맡으며 은은히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덧 생각은 머나먼 그 시대의 신비한 아련함에 젖어든다.
글·사진 |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日本女子大學 卒業, 문화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