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1930년대 미국의 경제대공황 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어버리고 가정경제가 파탄 나면서 생계의 위협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지루한 날을 보내던 보니(Bonnie)는 어느 날 자신의 차를 훔치려던 클라이드(Clyde)와 숙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고 둘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한편 클라이드와 함께 감옥에서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간 클라이드의 형 벅(Buck)은 아내 블렌치(Blanche)의 간절한 설득으로 자수하고 감옥으로 돌아간다. 클라이드는 그런 형을 비난하고 비웃지만 다시 물건을 훔치다가 붙잡혀 감옥에 들어간다. 감옥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죄수 때문에 힘들어하던 클라이드는 면회 온 애인 보니에게 집에 숨겨놓은 총을 가져다줄 것을 부탁하고, 보니는 위험을 무릅쓰고 총을 전달해준다.

총으로 교도관을 위협해서 감옥을 탈출한 클라이드는 보니와 함께 자신들의 새로운 삶을 위해 전국 각지를 돌며 은행털이를 계속한다. 당시 먹고 살기 힘든 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그들의 강도행각에 환호하고 응원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끈질기게 뒤를 쫓는 테드(Ted)와 현상금 사냥꾼 그리고 경찰의 추격전이 시작되고 얼마 후 클라이드와 보니는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6월 14일 토요일 오후, 압구정동 BBC홀에서 관람한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출연진들의 노래와 연기가 만족스러웠다. 특히 뮤지컬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재즈, 블루스, 컨츄리 등의 장르가 잘 섞여서 매우 친근하면서도 안정감이 있었다. 그리고 매우 서정적이면서 아름다운 멜로디의 독창과 이중창들이 인상적이다. 공백없이 신속하게 전환되는 무대와 영상기법은 무대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는데 간결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보여준 무대 연출은 신선하면서도 순발력이 넘쳐났다. 좋은 음향을 갖춘 뮤지컬 전용 극장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에서 1,000석이 조금 넘는 BBC홀의 새로운 등장과 함께 음향이 대체로 만족스러웠다는 사실이 무척 반가웠다.

주인공 클라이드 역의 에녹과 보니 역의 오소연은 매우 유연하면서도 음감이 매우 뛰어난 가창력으로 피아니시모와 포르테를 자유스럽게 구사하며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노래를 들려주었다. 벅 역의 서영주와 블렌치 역의 주아 역시 노래와 연기가 흡인력이 있었다. 경찰관 역의 테드를 맡은 손준호는 뮤지컬 무대에서 발성적으로 매우 돋보였는데 일반 뮤지컬 가수와 다르게 성악적인 목소리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목사 역을 맡은 김봉환의 노래는 폭넓은 음역을 여유 있게 오르내리며 매우 개성이 넘치는 노래를 들려주었고 매우 능청스런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조연을 포함한 전체 출연진들의 잘 준비된 노래와 연기는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의 작품성을 높여주었다. 201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실제 은행강도였던 보니와 클라이드의 이야기로 미국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아서 펜 감독)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 총격과 살인, 그리고 은행강도 행각으로 점철된 스토리가 관객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음악으로 아름다움까지 느끼게 한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음악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준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올레tv 클래식 프로그램 ‘프롬나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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