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전통’과 ‘현대’를 함께 말할 수밖에 없다. 가장 전통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높은 빌딩숲 바로 뒤편에서 너무나 전통적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카르타는 1527년 이전에는 순다 끌라빠(Sunda Kelapa)로 불렸으며 그 후 자야카르타(Jayakarta, 1527~1619), 바타비아(Batavia/Batauia, 1619~1942) 등으로 불리다가 1942년 이후부터 현재의 자카르타로 불리기 시작했다.
서울보다 다소 넓은 740km2인 자카르타는 천만 명이 살고 있는 거대도시이며 자카르타를 생활권으로 하는 인근 지역의 인구를 합하면 3,000만 명이 넘는다. 자카르타의 건물은 저마다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펜촉 모양의 건물이 있는가 하면 벌집 모양의 건물도 있다. 원칙적으로 동일한 건물을 지을 수 없게 한 결과이다. 우리의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의 모습과 비교된다. 꼬따 지역에는 아직도 네덜란드 시대의 건물을 볼 수 있다.
주거용으로 아파트가 이전보다는 늘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단독주택에서 거주한다. 전통적인 고급 주택 지역으로는 뽄독인다 지역을 꼽지만 북부 해안의 빤따이 무띠아라 지역의 고급 주택의 위용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이다. 최근 자카르타의 위성도시라 할 수 있는 땅어랑이나 버까시 지역에는 현대식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있어서 부근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 등 외국투자가 늘어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추세이다.
자카르타를 관광으로 둘러보려면 우선 독립기념탑 주변으로 가야 한다. 1961년에 착공하여 14년 만인 1975년에 완공된 이 기념탑은 자카르타를 상징하는 높이 132미터의 조형물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단부까지 올라가면 자카르타 시내를 조망할 수 있으며 지하에는 역사박물관이 있다. 독립기념탑 주변으로 대통령궁, 중앙박물관, 10만 명을 수용하는 이스틱랄 회교사원 등이 위치해 있어서 이들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여기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네덜란드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꼬따 지역이 있다.
자카르타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도 이 도시 방문자들의 관심을 끈다. 한식, 서양 음식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모든 음식이 모여 있는 곳이 자카르타이기 때문이다. 자카르타 및 그 근교에 백여 개의 한식당이 성업중이다. 한류에 힘입어 이제는 인도네시아 현지인 그리고 외국인들도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다. 자카르타에서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음식점은 중국 식당 늘라얀(Nelayan), 이탈리아 식당 뻬뻬네로(PEPeNERO), 스테이크집 앵거스(Angus) 등이 있고,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순다 음식 전문점인 와룽 다운(Warung Daun) 등이 있다.
자카르타는 요즈음 교통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천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대도시에 지하철이 아직 건설되지 않았고 대중교통도 불편한 축이다. 출퇴근 시간대에 시내 중심부 간선도로를 통과하는 차량은 세 명 이상의 승객이 탑승한 차량만 통과할 수 있는 제도 및 버스전용차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진하다.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행정수도를 건설한다거나 아예 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0 회원국이며 세계 15대 경제대국인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도시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사진 | 고영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