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013년 12월 14일, ‘슬라빅 스케치’공연이 열리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첼리스트 송영훈의 목소리를 타고 공연시작을 알리는 멘트가 시작되었다. 항상 그렇듯이 휴대폰을 끄시고… 사진촬영은 안 된다고 당부를 한다. 오늘의 출연자는 바이올린 김지연, 첼로 송영훈, 피아노 김정원… 첫 무대는 안내방송을 했던 당사자인 첼리스트 송영훈… 연주가 시작되고 2분여가 지날 때 1층 가운데 좌석 부근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순간 모든 관객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되고, 연주자 송영훈 역시 연주를 멈추고 같은 곳을 쳐다본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다행히 그 후로는 아무런 불상사 없이 모든 관객들이 연주자와 함께 공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예술의전당을 찾을 때마다 듣게 되는 좀 지겨운 안내방송이지만 이날은 휴대폰 벨소리가 공연장의 공해라는 생각을 하면서 평소에 갖고 있던 다른 생각을 해본다. 디지털카메라에 이어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지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는 세상에 살다 보니 공연시작 전에 객석에서 기념사진 셀카 인증샷을 찍는 관객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한데 쏜살같이 객석 안내원이 다가서며 사진은 로비에서만 가능하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 별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또 하나의 공해라는 생각이 든다.

공연 중에는 사진촬영이 당연히 방해되지만 공연 전이나 공연 후에 찍는 사진이 왜 문제가 되는지 묻고 싶다. 유명 박물관에 소장된 불후의 명화도 아니고… (가끔은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으면 사진촬영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세월 따라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공연에 방해되지 않는 시간대라면 사진을 찍는 문제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관객들이 무료로 공연홍보를 해준다고 생각해 볼 순 없을까? 해외 출장을 하게 되면 가끔씩 공연장을 가보지만 사진 찍지 말라며 안내원이 달려오는 진풍경을 구경하긴 무척 힘들다. 한국의 공연장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도둑이 제 발 저린 다고 오히려 필자가 긴장되어 혹시 주변에 안내원이 없는지 둘러보게 된다.

사실 일반인들이 예술의전당에서 클래식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비싼 티켓을 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클래식음악을 어렵게 느끼기 때문인데… 평생에 몇 번이 될지 모를 클래식공연을 관람하는 기회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공연장 객석에서의 기념사진은 일생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SNS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현실에서 인증샷 찍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공연에 방해가 되지 않는 경우라면 관객의 현명한 판단에 맡기고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않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공연의 품격은 연주자만의 몫은 아니다. 품위가 있는 관객이 함께할 때 그 공연의 품격은 진정으로 빛을 발한다.

글 | 전동수 발행인
2007년부터 카자흐스탄 잠빌국립극장 고문을 맡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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