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1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탈리아라는 타국에 살고 있지만 2013년 5월 20일, 필자는 이탈리아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음식문화대국’이라는 일반적인 이탈리아 이미지의 의미를 처음으로 뚜렷이 공감한 날이었다. 2년마다 피에라 밀라노(Fiera Milano)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밀라노 식품박람회, Tutto Food(모두 음식) 행사장은 그야말로 이탈리아 최고 식품박람회답게 그 규모와 기획 면에서 음식문화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2013년 밀라노 식품박람회는 지난 5월 19~22일로 밀라노 로(Rho) 지역(인구 5만)에 위치한 세계적인 피에라 밀라노에서 4일간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2007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이번 박람회는 1,267개 식품업체가 참가하고 전 세계 122개국으로부터 온 바이어와 방문객 50,210명이 참석한 국제규모의 큰 축제였다.

올해는 전면적 120,000㎡의 6개 대형 홀에 2,000개 부스가 설치되고 150개의 각종 이벤트가 열리는 등 횟수를 거듭할 수록 행사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3년 연속 극심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현 이탈리아 상황 속에서는 매우 주목할 만한 이슈로 그만큼 이탈리아 식품, 식자재 및 음식문화가 이탈리아 국가 경제 속에서 차지하는 그 위상과 기여도가 실로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뚜렷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번 박람회에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주최 측 피에라 밀라노가 세계 각국 600여 명의 유력한 바이어들을 특별 선정해서 항공티켓, 숙소제공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행사기획을 펼친 결과, 박람회에 참가한 많은 이탈리아 식품관련업체들에게 주목할 만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선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6개 업체 바이어들이 초청되어 피에라 밀라노 주최 측의 이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업체 바이어들에게뿐만 아니라 박람회를 찾은 많은 방문객들에게도 커피 기원 교실, 전통 파스타 강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박람회의 흥미를 더해 주었다.

2,000개의 부스를 차지한 다양한 상품 중에서 역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커피, 와인, 파스타, 치즈, 생 햄, 올리브유 등이 큰 면적을 차지하였는데, 필자는 그렇게 많은 숫자의 중소업체들이 이탈리아 전국에 퍼져 유유히 전통을 유지하며 현대적인 시장구조에 보조를 맞추어 역동적인 음식문화를 재창조해 나아가는 그들의 꾸준한 인내와 열정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옛 조상들이 물려 준 환경과 지혜를 소중히 여기는 현명함과 더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만의 현실적인 감각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탈리아 음식문화의 저력이 세계 사람들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이탈리아 식품산업의 국제화 및 이탈리아 음식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굳건히 하고 있는 밀라노 국제식품박람회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되새겨 한국 식품업계에서도 한국 전통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건설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지침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日本女子大學 卒業,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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