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알프스 산맥이 이어져 내려오는 이탈리아 북부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호수들이 있다. 가르다(Garda), 꼬모(Como), 레꼬(Lecco), 이제오(Iseo), 마조레(Maggiore), 오르타(Orta), 메르곳쪼(Mergozzo), 바레제(Varese), 꼬마비오(Comabbio), 모나테(Monate), 멧졸라(Mezzola), 이드로(Idro) 등등… 이외에도 알프스 산맥 골짜기 골짜기에 자리 잡은 수많은 Laghetti Alpini(알프스 산맥 속에 존재하는 작은 호수들)의 존재… 이탈리아 북부 각 호수들을 방문하는 여행 계획만 세워도 의미 있고 풍요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 필자가 올여름에 찾은 곳은 마조레호수(Lago Maggiore).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Piemonte) 주에 속해 있는 이 호수는 표면적 212㎢, 최대너비 10㎞, 길이 55㎞, 최고수심 370m에 달하며 귀족 보로메오(Borromeo) 가문이 소유한 세 섬의 존재로 유럽에서는 꽤 알려져 있는 호수이다. Isole Borromee(보로메오 가 섬들)라고 불리는 세 섬 Isola Madre(어머니 섬), Isola Bella(벨라 섬), Isola dei Pescatori(어부들의 섬).

photo by john-ap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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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레 호수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이 세 섬을 보기 위해 중심 선착장이 있는 스트레자(Stresa) 마을에서 여객선을 탄다. 이 세 섬 중에서 스트레자 마을로부터 400m 떨어져 손에 잡힐 듯 마조레 호수 안에 유유히 떠 있는 섬, 이졸라 벨라(Isola Bella)를 소개한다.

 

벨라 섬 소개에 앞서 간략하게 섬을 소유하고 있는 보로메오 가문에 대해서 알아보자. 보로메오 가문은 밀라노의 중요한 귀족 가문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그 뿌리는 13세기 말 로마 근교에서 시작됐고 강력한 비스콘티 가문과 정략결혼을 성공시킴으로써 경제적으로도 크게 행운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계속적으로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해오며 오늘날에도 크게 번성해 마조레 호수는 물론 많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졸라 벨라(Isola Bella), 이탈리아어를 번역하면 ‘아름다운 섬’ 이라는 뜻이다. 보로메오 가문에서 15세기 당시 이 섬을 구입할 때는 인페리오레 섬(Isola Inferiore)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 후 카를로 보로메오 3세(Carlo III Borromeo)가 이 섬의 이름을 자신의 아내 이름인 이자벨라(Isabella)로 바꾸고 이후 세월이 흘러 일반에게 섬이 공개된 이후부터 벨라 섬으로 불리게 된다. 섬 이름에 걸맞게 벨라 섬은 마조레 호수 위에 고즈넉하게 그 아름다운 자태를 당당히 드러내고 있다. 스트레자 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10분 정도, 벌써 수많은 여행객들이 이 작은 벨라 섬을 방문하고 있었다.

 

작은 기념품 가게들과 카페, 레스토랑들이 몇몇 있을 뿐, 거주민들이 없는 아담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섬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이 섬 전체를 점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보로메오 가문 소유의 박물관 같은 보로메오 궁전(Il Palazzo Borromeo)과 그 앞에 펼쳐진 화려한 바로코 양식의 이탈리아 정통 정원이 눈부시게 아름답게 느껴진다. 섬 전체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바로 이 정원의 존재가 이 섬을 ‘아름다운 섬’으로 불리게 했으며 유럽에서 명성을 갖게 하는데 한몫을 하였다는 확신이 저절로 들었다.

벨라 섬에 세워진 보로메오 빌라는 1632년 카를로 보로메오 3세 백작이 아내에게 헌정하기 위해 시작하였다. 그 후 빌라건축 공사는 백작의 2세, 3세 후손들에게 이어져 내려오면서 1671년 화려한 공원 같은 정원이 완성됨으로써 일단락 지어진다. 당시 이 빌라는 유럽 귀족들을 위한 연회장 및 극장으로 이용되었는데,나폴레옹의 방문으로 빌라의 명성은 더욱 높아진다. 나폴레옹은 1797년과 1805년 두 차례에 걸쳐 이곳 보로메오 가의 빌라에 머물며 벨라섬과 마조레 호수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특히 그의 첫째 부인인 조제핀은 마조레 호수에 흠뻑 사랑에 빠져, 보로메오 가문소유의 섬들 중 하나를 팔 것을 강요하지만, 보로메오 가문은 응하지 않는다. 이런 나폴레옹과의 인연으로 인해 빌라에는 나폴레옹 부부가 머물던 황실격의 화려한 방이 빌라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현재 일반인들에게 유료로 공개되고 있는 벨라 섬 보로메오 빌라는 그야말로 예술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그림(라파엘로, 코레조, 티치아노, 레니와 같은 이탈리아 대화가들)과 조각, 중세 고가구들로 꾸며져 있었다. 바닥과 벽도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두 벽화와 부조, 타일 그림 장식으로 화려하다. 수십 개의 방이 문을 사이에 두고 일렬로 배열돼 있고, 방과 방 사이의 문을 전부 열어젖혀 놓은 관계로 아득히 먼 끝방까지 시야에 신비롭게 펼쳐진다. 건축 초기 당시 유럽 귀족들을 위한 연회장, 극장으로 쓰일 용도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덕분인지 많은 방들은 그 규모가 파티홀처럼 크고, 천장도 건물 높이 그대로를 반영하며 시원하게 뻥 뚫려 있어 그 위엄을 더해 준다.

 

특히 방 한쪽 벽면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높고 넓은 창문으로 펼쳐지는 평온한 마조레호수가 신비하게까지 느껴진다. 이 신비한 마조레 호수 풍경과 빌라 내부의 고전적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파노라마는 그야말로 예술과 자연의 완벽한 조화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나폴레옹 첫째 부인, 조제핀이 왜 그토록 이곳에 매료되었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녀와 나폴레옹이 함께 머물던 방도 그들이 쓰던 황실용 침대와 함께 고스란히 잘 보존되어 있다.

 

메인 홀들이 위치한 2층 관람을 먼저 마치고 안내를 따라 긴 계단을 내려가 1층 홀로 들어선다. 순간 방금 본 2층 방들과는 너무도 다른 갑작스러운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가 아닌 이름 모를 다른 나라 중세 시대의 화려한 동굴 집을 보고 있는 착각까지 든다. 천장, 바닥, 벽 할 것 없이 이어지는 모든 공간을 빈틈없이 작은 자갈 같은 검은 돌과 흰 돌로 모두 도배해 가며 화려하게 문양을 넣어 장식해 놓았다. 그야말로 바닷속 어두운 용궁 동굴 느낌이다. 여기에도 다양한 조각상들과 장식품들이 가득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중국 물건들이다. 빌라 주인 보로메오 귀족들은 중국 문물에도 커다란 관심과 흥미를 가진 듯, 장식품 중에는 중국에 관련된 수집품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1층 동굴 같은 홀 견학을 마치고 드디어 명성 높은 벨라 섬 보로메오 빌라 정원을 보기 위해 밖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빌라 안에서 창문을 통해 보이는 잘 꾸며진 부분 부분의 정원 모습이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했었다.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높다란 계단을 향해 한참 올라간 곳에 위치해 있다. 입구에 서서 정면의 메인 정원을 놀란 듯이 바라보며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입구 반대편 메인 정원 맨 끝자락에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마법의 성 같은 신비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위세 당당하게 정원 전체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었다.

 

과연 무슨 용도로 쓰이기 위해 정원에 저리도 큰 건축물을 지어 놓았을까 궁금해하며 잔디밭과 자갈길로 심플하게 잘 다듬어진 정원을 가로질러 홀린 듯 다가선다. 가까이서 본 마법의 성 같은 건물은 다름 아닌 온갖 꽃과 나무, 동상들로 층층이 꾸며진 거대한 직사각형의 탑이었다! 문자 그대로 피라미드 모양의 독특한 정원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피라미드 계단을 오르며 한층 한층 높아져 가는 위치에서 바라다보이는 정원과 마조레 호수의 모습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꼭대기 층 지붕에 올라가 사방을 조망하니 360도 층층이 펼쳐지는 바로코 양식 이탈리아 정통 정원의 전체 모습이 발밑에 펼쳐지는 마조레 호수의 평온한 물결과 어우러져 더욱 눈부시다.

초록 울타리 나무로 층층이 둘러쳐진 피라미드 각층에는 각종 동상들이 우뚝우뚝 서서 정원 탑의 예술성을 자랑한다. 정원은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각종 꽃과 나무들로 자수처럼 정갈하게 수놓아진 화려한 카펫 같다. 그야말로 명성대로 마조레 호수의 진주다. 하지만 이 모든 보로메오 빌라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마도 오랜 세월 유구하게 존재하는 마조레 호수의 벨라 섬에 위치하고 있음으로 해서 가능하며 더욱 그 가치를 발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photo by tob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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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 밀라노를 방문하는 여행 스케줄이라면 하루 여유를 갖고 밀라노에서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이곳 마조레 호수 보로메오 섬들을 둘러보는 작은 여정을 계획해 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밀라노, 로마, 피렌체 같은 유명 대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정한 이탈리아의 멋을 흠뻑 느끼리라!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日本女子大學 卒業,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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