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비엔날레
베네치아 비엔날레

[아츠앤컬쳐] 몇 번이고 베네치아를 방문하지만 갈 때마다 마치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설레는 마음을 알 수가 없다. 필자가 사는 곳에서 차로 3시간, 동쪽으로 250km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도시이건만 세계적인 명성이 주는 위엄답게 베네치아란 도시는 그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필자를 매료시킨다.

특히 이번 베네치아 방문은 118년 전통의 세계 최고 현대미술 대축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관람하러 가는 특별한 방문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베네치아(Venezia)와 비엔날레(Biennale)의 조화,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가 아닌가!

비엔날레 전시장 입구
비엔날레 전시장 입구

5세기경부터 시작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베네치아와 21세기 초현대 미술과의 만남, 온전히 상반될 것 같은 두 이미지가 함께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 낸 독자적인 ‘특별함’이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세계 최고의 비엔날레로 성장시키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1895년 이탈리아 국왕의 25회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뜻에서 시작된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올해로 55회를 맞으며 지난 6월 1일 그 성대한 막을 올렸다. 앞으로 11월 24일까지 세계 각국에서 베네치아를 찾는 수많은 방문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베네치아에서의 추억을 선사할 것임을 확신한다.

아르세날레 전경
아르세날레 전경

이번 베네치아 비엔날레 전시는 본전시인 아르세날레(Arsenale) 전시와 국가관 전시인 자르디노(Giardino) 전시로 크게 나뉜다. 본전시는 ‘백과사전식 전당(The Encyclopedic Palace)’이라는 전시주제를 가지고 전시 총감독인 막씨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가 선정한 38개국 150여 명의 작가 작품들을 백과사전식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총감독을 맡은 막씨밀리아노 지오니는 2010년 광주비엔날레 예술 총감독을 맡은 바 있는 인물로 그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한자리에 모은 상상 속 박물관인 ‘백과사전식 궁전’ 디자인을 1955년 미국 특허청에 등록했던 이탈리아 마리노 아우리티(Marino Auriti)에게서 영감을 얻어 주제를 정했다고 한다.

비엔날레전시
비엔날레전시

그럼 여기서 잠깐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열리는 아르세날레(Arsenale) 지역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아르세날레 지역의 생성은 1104년, 베네치아 공화국이 조선 산업을 위해 마르코 광장 옆에 처음으로 선박 제조장을 건설한 것에 기인한다.

이후 마르코 광장으로부터 300미터정도 동쪽으로 떨어진 지금의 지역으로 옮겨 졌는데 이는 지역 특성상 적으로부터 가장 잘 보호되는 적합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도시의 방대한 면적에 걸쳐서 건설된 아르세날레는 조선 산업으로서 발전을 거듭해 중세시대 한때는 면적 46헥터에 2,000여 명의 노동자를 가진 선박 초강 지역으로서 이름을 남긴다.

비엔날레전시
비엔날레전시

선박산업 제왕이었던 터키를 제치고 북유럽 조선업계를 평정하는 황금기를 맞이한 시기도 이 시기이다. 아르세날레는 조선 산업 이외에도 무기제조 및 무기창고 더 나아가서는 전쟁 중 베이스(base) 항구로써도 활약하는 등 베네치아의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주요지역이었던 역사를 자랑한다.

아르세날레 본전시관 입구에 발을 내딛으며 뻥 뚫린 널따란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 필자는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작가가 이끄는 그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온전히 모든 감각을 뺏기면서 가끔 문득 딴 세상에 존재하는 나 자신을 신기하게 느낄 뿐이다. 시간을 초월해 인류 역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 및 앞으로 다가올 미래까지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며 자유자재로 표현한 작품들…

비엔날레전시
비엔날레전시

과연 세계적인 비엔날레의 명성에 맞게 감탄을 연발시킨다. 어느 작품 하나 수긍되는 평범함이 없다. 한 작품 한 작품 펼쳐지는 공간에는 그 작품들이 뿜어내는 형용하기 어려운 특유의 분위기와 신비함으로 숨을 죽이게 된다. 현대미술 세계에 압도되는 매력적인 순간들이다.

아르세날레 본전시와 더불어 함께 펼쳐지는 자르디니 국가관 전시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88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각 나라의 현대미술 위상을 과시한다. 1995년부터 시작된 한국관에서는 올해 김승덕(59세) 커미셔너(commissioner)가 선정한 ‘보따리 작가’로 유명한 김수자(56세) 씨가 단독으로 한국을 대표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베네치아
베네치아

알려진 바대로 한국관은 그 규모가 협소하고 구조적인 면에서 작품 전시에 어려움이 따르는 전시장이다. 이미 베네치아 비엔날레 경험을 가지고 있는 김수자 작가인 만큼 최대한 전시장의 단점을 긍정적으로 이용해 독특한 ‘보따리’ 설치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과다한 빛이 들어가는 작은 유리 건물 자체를 보따리 개념으로 싸고 그 안에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녹인 소리와 빛과 공간이 차분하게 어우러진 작품세계… 과연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관람객들은 어떤 평가를 하게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마르코 광장
마르코 광장

안타깝게도 한국의 작가들은 2009년 구정아, 양혜규 작가들 이후 4년째 본전시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세계 속에서 한국예술문화에 대한 인식 및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탓으로 해석됨과 동시에 더 나아가서는 그만큼 한국의 미술 외교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부진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리알토다리
리알토다리

세계 경제 속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높은 관심과 위력만큼 이젠 우리 예술문화의 위상을 세계 속에 우뚝 솟게 해야 하지 않을까? ‘경제대국’이라는 명칭만을 향해서 치닫는 우리 사회의 관심을 이젠 ‘예술문화대국’이라는 진정한 저력의 멋을 아는 나라로 한 차원 높게 향상시키는데 맞추어야 한다고 절감한다.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日本女子大學 卒業,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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