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1536년에 일어난 영국의 왕 헨리 8세의 두 번째 부인 안나 볼레나(앤 볼린)와 그녀의 시녀이자 세 번째 부인이 된 제인 시모어와의 얘기가 배경이 된 도니제티의 오페라 <안나 볼레나>… 여성편력이 심했던 헨리 8세는 주변에 많은 여인들이 있었다.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에게 잘 넘어갔던 모양이다. 물론 사랑 때문이겠지만… 제인 시모어와 결혼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결국엔 두 번째 부인 안나 볼레나를 폐위시키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잔인함을 보여 주는데…

지난 3월 10일 오후 4시, 한국에선 아직 공연된 적이 없는 도니제티(G. Donizetti)의 오페라 <안나 볼레나>를 보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 지하에 있는 영화관 메가박스를 찾았다. 3시간 10분 동안 상영된 <안나 볼레나>는 관람시간이 좀 길다고 느꼈지만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오페라를 실황으로 소개한 영화는 자주 보았지만 유럽 오페라를 주로 공급하는 UNITEL CLASSICA의 이번 작품은 오스트리아 빈오페라국립극장의 오페라 실황(2011년 4월)을 그대로 영상에 담았기에 실제공연을 보는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오페라 <안나 볼레나>는 17~18세기 벨칸토 시대를 풍미했던 이탈리아 베르가모 출신 작곡가 도니제티의 성공작으로 펠리체 로마니(Felice Romani)가 대본을 썼고 1830년 밀라노 카르타노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초연 때부터 큰 성공을 거둔 <안나 볼레나>는 1534년부터 1536년 사이에 일어난 영국의 왕 헨리 8세와 두 번째 부인 앤 볼린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 비극 오페라이다.

오페라 <안나 볼레나>는 최근 유럽오페라의 경향처럼 무대세트는 비교적 상징적인 이미지로 단순하게 제작되었고 의상은 매우 화려하다. 안나 볼레나 역에 러시아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조반나 세이무어 역에 엘리나 가랑차, 엔리코 역에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그리고 리카르도 역에 프란체스코 멜리, 스메톤 역에 엘리자베스 쿨만 등 기량이 뛰어난 성악가들이 캐스팅되었는데 출연진들의 노래와 연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2막 끝 부분의 단두대에서 처형당하기 전에 안나 네트렙코가 부르는 아리아 ‘Al dolce guidami castel natio’와 그녀의 연기가 눈시울을 적신다. 마리아 칼라스 이후 제대로 노래를 부를 소프라노를 찾지 못해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지 못하다가 안나 네트렙코의 출현으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극장과 오스트리아 빈오페라국립극장이 경쟁적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오페라가 일반대중에게는 어렵게 느껴져서 오페라를 멀리하게 되다 보니 한국의 오페라 시장은 뮤지컬 시장에 비해서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페라영화는 오페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화면에 나오는 한국어 자막은 오페라의 내용을 쉽게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영화에 친숙한 대중들이 오페라영화에 친숙해지면 실제 오페라를 보러 가는 관객도 늘어나리라 기대한다. 

글 | 전동수 발행인
2007년부터 카자흐스탄 잠빌국립극장 고문을 맡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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