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이탈리아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이끄는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공연 전부터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해주었다. 해외 유명 교향악단들이 한국을 찾았지만 122년 전통의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2월 6~7일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공연 전에 갑자기 리카르도 무티가 독감에 걸려 지휘자가 교체되었고 시카고심포니와 오랜 인연이 있는 거장 로린 마젤이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2월 6일 저녁 7시, 현대카드가 기획한 클래식 슈퍼콘서트 18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객들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가 붐비기 시작했다. 저녁 8시, 공연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시작되고 콘서트홀 무대에 시카고심포니 단원들이 입장을 시작하는데 조금은 특이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단원들이 자리를 찾아서 앉는 모습이 매우 자유스럽다. 지금까지 봐 왔던 대다수 오케스트라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느껴졌다. 마치 관객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듯 조금은 어수선하고 매우 자유분방한 모습이다.
음악회 프로그램은 전반부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쥬피터’와 후반부 브람스의 교향곡 2번으로 구성되었는데… 전반부 ‘쥬피터’는 모차르트가 16일 만에 완성한 그의 최후의 교향곡으로 모차르트의 다른 교향곡에서 엿볼 수 없는 규모와 내용으로 베토벤과 같은 웅장함과 모차르트 특유의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는 곡이다. 이날은 원래 연주하려던 곡이 갑자기 변경되어서인지 연습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음악표현에서도 일반적이진 않았다.
후반부 브람스 ‘교향곡 2번’은 목가적인 분위기 때문에 마치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브람스의 ‘전원교향곡’이라고 하는데 시카고심포니 특유의 유연하고 따뜻한 음색을 제대로 들려주었다. 1891년에 창설된 시카고심포니는 특별히 관악기군의 사운드가 좋기로 유명한데 후반부에서 들려준 브람스 ‘교향곡 2번’은 부드럽고 다이나믹하면서도 중후하고 섬세한 소리로 매우 인상적인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번 아시아 투어의 지휘를 맡은 로린 마젤은 뉴욕 필하모닉,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빈 국립 오페라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두루 거쳤고 지금까지 200개 이상의 오케스트라와 7,000회 이상의 공연을 이끈 지휘자이다. 하지만 이번 연주에서 거장 로린 마젤의 지휘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항상 그랬듯이 음악 전체를 암보로 지휘한 로린 마젤은 매우 유연한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이젠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가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이고 에너지가 부족해 보였다.
원래 예정되었던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봉을 잡았더라면 어떤 음악을 들을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과 아쉬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밤이었다.
글 | 전동수 발행인
국내에서는 음악평론가, 예술의전당 비전위원,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 아츠앤컬쳐 발행인으로 활동중이다. 해외에서는 카자흐스탄 잠빌국립극장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