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
[아츠앤컬쳐] 인도네시아에 우리의 경주와 같은 고도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중부 자바의 족자(Yogyakarta)라는 지역이다. 2년 전에는 인근의 머라피 화산이 폭발하여 큰 피해를 입기도 했으며 부근에 중요한 역사 유적지가 많은 지역이다. 족자는 인도네시아가 공화국임에도 불구하고 술탄이 통치하도록 하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 특별 자치주이기도 하다. 고도 족자에서 북서쪽으로 4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보로부두르라는 세계적인 불교 유적지가 있는데 한 해 250만 명이 방문하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문화아이콘이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서기 752년 중부 자바를 통치한 샤일렌드라 왕국 시대에 건조되었다. 이 사원을 건축하는데 75년 내지 100년이 걸린 것으로 추정하며 서기 825년 사마라뚱가(Samaratungga)왕 시대에 완공되었다. 보로부두르라는 이름은 설이 분분하기는 하나 사원(biara)과 고원(beduhur)의 합성어로서 ‘언덕에 세운 사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사원은 기층부의 일변이 123미터, 전고 34.5미터의 그 큰 규모는 물론이고 사원의 벽면에 부처의 삶과 가르침을 2,672개의 부조로 남긴 것이 특이하다.
보로부두르 사원이 어떠한 이유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10세기 중엽에 신독(Mpu Sindok)왕은 잦은 화산의 폭발로 수도를 동부 자바로 천도하는데 이러한 화산 폭발이 이 사원을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지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가 17세기 초부터 350년간 식민통치를 하지만 유럽의 판세에 따라 1811년부터 1816년까지는 영국이 통치하였다.
이 시기 자바의 총독을 지낸 라플스(Thomas Stanford Raffles)가 1814년 스마랑 지역을 순시하면서 부미서고로(Bumisegoro) 마을 근처의 밀림에 위치한 거대한 유적에 대한 보고를 받고 보로부두르 사원을 발견하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그 후 1907년부터 4년간 대 보수를 하였고, 1973년부터 10년간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의 협력으로 재차 수복공사를 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언덕 위에 층계식 사면 피라미드 형식으로 건조되었으며 모두 열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원은 다섯 개의 상징이 있는데 그것은 정방형의 땅과 원형의 하늘을 결합한 만다라, 부처를 상징하는 연꽃, 돔 모양의 성소인 스투파, 세상의 중심인 수미산, 그리고 열반의 길로 통하는 길이다. 열반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부처의 삶을 회화로 표현한 조각을 벽을 따라가며 볼 수 있다.
꼭대기의 스투파는 해탈을 의미하며 그 내부는 비어 있다. 이 사원의 불상, 부도, 장식의 조각은 감탄을 자아낼만하며, 그 수법도 매우 정교하여 밀교계 만다라와 닮은 고안법도 엿보인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와 같은 건축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91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자카르타에서 항공편으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족자는 다양한 인도네시아 문화유산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도시이다. 주변에 있는 여러 힌두 사원은 물론이고 술탄이 중심이 되어 보존해오고 있는 중부 자바의 그림자극과 같은 전통 무형문화, 지역의 전통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찬란한 문화 예술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글·사진 | 고영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