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5월 10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콩쿨 수상자 시리즈 음악회.... 성기선이 지휘한 강남 심포니오케스트라가 협연한 오늘의 음악회는 1982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모스크바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수상한 피터 도노호Peter Donohoe 1953년 영국 맨체스터출신)가 모리스 라벨(프랑스 작곡가 Maurice Rabel 1875~1937)과 조지 거쉬인(미국 작곡가 George Gershwin 1898~1937)의 피아노 협주곡만 3개를 연주한 특별한 콘서트였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에 들어서고 객석의 조명이 꺼지자 지휘자 성기선이 입장한다. 지휘자 보면대에 놓인 마이크를 들고 음악회에 대한 설명을 한다. 요즘 들어 지휘자들이 간단한 해설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지휘자 성기선의 해설은 단정한 목소리와 함께 깔끔하다. 피아니스트 피터 도노호의 입장 모습에서 조금은 여성스럽고 익살스러운 느낌을 갖게 한다. 큰 몸집과 하얀 턱수염은 인정 많은 할아버지를 연상케 한다. 1부 연주곡목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와 ‘왼손을 위한 협주곡이었다.

피터 도노호의 피아노 음색은 깊은 맛은 덜하지만 부드럽고 매우 섬세하다. 그의 손놀림은 건반 위에서 유연하게 미끄러진다. 단악장인 ‘왼손을 위한 협주곡’은 왼손만 가지고 연주를 하기 때문에 쉴 틈 없이 왼손이 움직였다. 성기선이 이끈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표현의 섬세함과 자극적이면서 색채적인 음의 효과, 모호한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인상주의 음악의 영향을 받은 라벨의 음악을 만족스럽게 보여주진 못했다.

2부 프로그램은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가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잘 알려진 조지 거쉬인의 피아노 협주곡이라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38세로 짧은 생을 마감한 조지 거쉬인은 주로 재즈음악을 작곡했는데 당시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는 재즈를 클래식에 접목시켜 작곡한 단악장 피아노 협주곡 ‘랩소디 인 블루’로 일약 유명해진 후에 3악장으로 구성된 ‘피아노 협주곡 F장조’를 작곡했다. 정식으로 화성법이나 관현악법, 오케스트레이션을 배우지 않은 거쉬인이 독학으로 공부하며 쓴 곡이라서 그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재즈음색과 리듬이 물씬 풍기는 ‘피아노 협주곡 F장조’는 피터 도노호의 끼가 넘치는 그의 연주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완성도 높은 연주가 하나 되어 음악적 감동을 선사했다.

협주곡에서 풍기는 재즈풍의 음악을 들으며 오늘은 왠지 ‘랩소디 인 블루’를 듣게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었는데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오자 지휘자가 예상했다는 듯이 앵콜곡으로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하겠다고 멘트를 한다. 피터 도노호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랩소디 인 블루’는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정말 ‘행복이 가득한 밤’ 이었다.

산다는 것 자체가 고난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 인생... 그 가운데 기쁨을 맛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음악으로 감동을 받으며 기쁨의 시간을 갖고 살아가는 요즘입니다. 각자의 형편에 따라 기쁨을 누리는 모습이 다양하겠지만 모두가 예술로 행복해지길 소원해 봅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처럼 예술을 알면 인생이 기쁨으로 길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2012년 5월 10일 예술의전당에서

글 | 전동수 발행인
국내에서는 음악평론가, 예술의전당 비전위원,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 아츠앤컬쳐 발행인으로 활동중이다. 해외에서는 카자흐스탄 잠빌국립극장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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