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6월 10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스페인 남성 5인조 아카펠라그룹 ‘b vocal’...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는 사실을 실감케 해준 공연이었다. 아카펠라(a cappella)는 원래 이탈리아어로 중세유럽의 악기 반주가 없는 교회 합창곡의 형식이었으나 현재는 반주 없는 모든 장르의 합창곡을 뜻한다. 종교적 음악으로 쓰였던 아카펠라는 1960년대 이후 대중음악에 도입되었는데 1988년에 대표적인 전문 아카펠라 그룹인 킹즈싱어즈(King’s singers)의 아카펠라 송 ‘Don’t worry be happy’가 영화 <칵테일>에 소개되면서 대중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아카펠라 5인조 그룹 ‘b vocal’은 1997년에 창단되어 오직 목소리만으로 드럼(Drum), 기타(Guitar), 브라스(Brass), 리듬(Rhythm) 등의 소리를 아카펠라로 재창조하여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레퍼토리를 아름다운 음색과 완벽한 하모니로 선보이고 있고 공연에 유머를 가미함으로써 청중을 사로잡는다.
2006년 스페인왕실 주최 국제행사에 초대되어 공연한 후에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로부터 전 세계를 다니며 아카펠라로 스페인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금까지 2,500회가 넘는 공연을 해오고 있는 그룹이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준 ‘b vocal’은 2시간의 공연에서 Dancing Queen(ABBA), Hound Dog(Elvis Presley), Lascia Ch’io pianga(Haendel), Staying alive(Bee Gees), That lonesome road(J. Taylor), Baber of Seville(Rossini), Oh happy day(Spiritual), Granada(Augusti Lara), More than words(Extreme), Rap de b vocal(b vocal), Hooked on a feeling(B.J. Thomas), I will follow him(F. Pourcel/ P. Mauriat), Feel(R. Williams), Just a Gigolo (Irving Caesar), Tango(Collazo/Solino/Fontaina), Yesterday(Beatles), Flamenco(b vocal), My girl(S. Robinson/ R. White), Medley Village People songs(Village People), Korean Girl(b vocal), Bad Romance(Lady Gaga) 를 들려주었다.
오페라극장 객석의 조명이 꺼지고 무대조명이 어슴푸레 들어오면서 모습을 드러낸 ‘b vocal’... 등장부터 클래식한 느낌보다는 매우 대중적이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귀에 친숙한 ABBA의 Dancing Queen으로 시작된 첫 무대가 약간은 당황스럽다. 언발란스한 하모니가 왠지 불안감을 갖게 한다. 화음이 맞는 것도 아니고 안 맞는 것도 아닌 것이... 왠지 거북스럽다. 게다가 카스트라토(거세된 목소리) 같은 음색의 노래가 왠지 어설픈 느낌이다.
헌데 그들의 무대 매너나 연기가 흥미를 갖게 한다.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는 느낌이다. 첫 곡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박수소리와 함께 관객의 반응이 쏟아진다. 이렇게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출발된 콘서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오페라극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재치와 유머가 넘친 연기와 노래는 충분히 재미가 있었고 관객들은 그들에게 몰입되었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공연장에서 모처럼 많이 웃어보았다. 공연에서는 반드시 감동을 받아야만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웃음을 가져 본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그리고 무대에서 그들이 구사하는 영어가 매우 한국적이었는데 그래서 관객들과의 소통이 잘 되었고 그들에게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또한, 가끔씩 한국말로 멘트를 하는 장면에선 잘 준비된 프로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앵콜무대에서 보여준 우리 대중가요 김광진의 ‘마법의 성’ 원더걸스의 ‘Nobody’ 소녀시대의 ‘G G G’를 메들리로 묶여서 안무와 함께 들려주는 장면에선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에게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앵콜이 끝나고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ABRACADABRA’를 부르는 동안 모든 관객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는 능력은 그들에겐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공연에서 들려준 노래 중 ‘Yesterday’는 가장 완벽한 화음을 들려준 아름다운 노래였다. 전체공연을 통해 보여준 그들의 노래는 뭔가 ‘음’에 있어서 2% 부족한 느낌이 드는 ‘b vocal’이지만 이것이 그들에겐 매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공연이 끝나고 자리를 떠나는 관객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정말 재미있었던 ‘아카펠라’공연이었다.
글 | 전동수 발행인
국내에서는 음악평론가, 예술의전당 비전위원,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 아츠앤컬쳐 발행인으로 활동중이다. 해외에서는 카자흐스탄 잠빌국립극장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