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100년이 넘은 오동나무가 서 있는 인사동 코트(KOTE) 정원은 경성 시대에 호해(浩海)여관이 있었던 자리였다고 한다. 호해여관은 경성의 많은 조선인들이 투숙하며 토론하는 장소였고 독립투사들이 묵었던 여관이었다. 한국 근대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채만식이 월간잡지 <別乾坤(별건곤)> 1931년 2월호에 기고한 단편소설 ‘기생집 문 앞에서 맴돌이하던 이야기’에도 호해여관이 언급되어 있고 인사동 골목길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오동나무가 있는 정원 옆에 세워진 60년 된 가구공예점을 리모델링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 바로 인사동 코트다. 인사동 코트의 코트(KOTE)는 ‘꽃’의 영문 표기 ‘kkote’과 동시에 ‘court’(뜰)을 표현한 것으로 뜰에 핀 오동나무 꽃을 뜻한다. 백년이 훨씬 넘은 오동나무가 있는 정원을 중심으로 전시장, 라이브공연장, 라이브러리(내면의 서재), 카페, 레스토랑, 강연장 등 각 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이들 전체가 오동나무길과 정원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인사동 코트(KOTE)에는 별도의 5층 건물이 있는데 2층~5층은 문화예술 관련 업체와 작가들이 입주해서 작업하는 공간이고 1층은 와인바 ‘해저’가 영업 중이다. 원래 이 자리엔 일제 강점기인 1922년에 세워졌던 조선극장(朝鮮劇場)이 있었지만 1936년 화재로 전소되고 폐관하였다. 조선극장 터를 알리는 표석이 남아 있다.
인사동 코트의 특별한 공간인 KOTE Lab(코트랩)은 *Pathfinder(패스파인더)들의 공간(makerspace)이다. 코트랩에서는 협업과 성장, 다양한 콜라보가 일어나며, 인사동 코트의 심장역할을 수행한다. 공유 오피스처럼 운영되고 있고, 문화예술 관련 개인이나 기업이 입주할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모임이 중단되었지만 인사동 코트에서는 격주로 토요일 저녁 다양한 경계의 창작자들이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는 ‘코트대화’가 열린다. 감독,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아티스트 등 문화예술 관련해서 다양한 창작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공유하며, 누구나 이들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Pathfinder(패스파인더): 개척자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창작자를 지칭한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을 맡고 있고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