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지난 5월 11일, 아침 일찍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 20분을 달려 안면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꽃과 나무가 우거진 소무펜션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대지미술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안면도 두여해변으로 가서 11명의 설치 참가자들과 조선시대 기와를 해변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밀물이 오기 전에 기와를 모두 옮겨 해변 위에 ‘ㄷ’자 형태로 설치했고 바닷물이 들어오고 다시 썰물이 된 다음까지 드론 촬영을 진행했다. 처음에 설치했던 기와를 다시 수거하는 작업을 끝내기까지는 거의 8시간이 소요되었다.
기와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하며 비바람과 추위로부터 인간을 지켜왔다. 풍수가 대지의 기운을 이야기한다면 대지 위에서 인간을 지켜온 상징적 바람막이를 기와로 설정했다. 동양에서는 긴 시간 이 기와를 이용, ‘ㄷ’자나 ‘ㅁ’자의 집을 지어 삿된(나쁜) 것을 막아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육지의 기와가 바다의 물을 만났다. 기와는 ‘ㄷ’자 구조로 설치되었고 작가는 ‘ㄷ’자형 가운데 둥글게 모래를 파고 어머니의 자궁 속에 든 태아처럼 몸을 웅크려 퍼포먼스를 했다. 이것은 사람이 태어나는 자궁과 태자리로 들어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환의 기점을 동시에 이야기하며, 만물의 시작과 끝은 순환의 굴레 속에서 같다는 것을 암시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기와는 조선시대(병인년)에 제작되었다. 755년간 시대를 이어온 사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할을 한다. 이 설치는 물이 들어오면서(밀물) 잠기고, 물이 빠졌을 때(썰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사물은 생성과 소멸이라는 순환 속에 존재한다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대지미술은 1960년대 영국, 독일, 미국 등 서구에서 자연과의 유대를 상실한 현대사회를 비판하며 물질로서의 예술을 부정하는, 반문명적 문화현상에서 출발했다. 인간은 자연을 벗어나 존재할 수 없고, 예술에서의 자연은 물질 부작용이나 현대의 독소를 치유하고 인류의 본 모습을 들여다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동시대 동양에서의 대지미술은 어떤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할까 하는 그 질문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됐다고 손현주 작가는 말한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을 맡고 있고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