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영화제 포스터
폴란드영화제 포스터

 

[아츠앤컬쳐] 8월 25일,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주한폴란드대사관,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이 주최한 <폴란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고 개막작 ‘아마추어’를 봤다. 이번 영화제는 크지쉬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탄생 80주년 기념 회고전으로 그의 영화 42편으로 진행되었다.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작품들은 당시의 사회적, 윤리적 문제점을 그의 독특한 휴머니즘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1968년 우츠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한 키에슬로프스키는 1968년 3월의 학생봉기, 1970년 12월 자유화운동, 1976년 노동자 시위사태, 1980년 레흐 바웬사가 이끄는 연대노조 운동, 그리고 1981년 야루젤스키 정권의 계엄령 선포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그는 TV 드라마 <데칼로그> 10부작 중 5부를 영화로 다시 만든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으로 사형집행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1988년 칸느영화제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영화감독으로 손꼽히는 그의 대표작으로는 <십계 decalogue> 10부작,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그리고 <세 가지 색> 연작 ‘화이트’, ‘블루’, ‘레드’ 등이 있다. ‘화이트’(1994)와 줄리엣 비노쉬가 출연한 ‘블루’(1993,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는 영화 속의 클래식한 음악들이 영화의 품격을 높여주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또한 ‘데칼로그’ 10부작 중 6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에서는 넘치는 인류애를 느낄 수 있다.

‘섹션 6’은 <병원>, <토킹 헤드>, <기차역> 세 편을 묶은 48분짜리 다큐멘터리인데 1980년 전후의 폴란드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로 한국과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다.

<병원>은 바르샤바의 병원 외과의사들의 31시간을 담은 영화로 당시 열악한 환경으로 약간 공포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토킹 헤드>는 두 살 된 어린아이부터 100세 할머니까지의 인터뷰를 모아 만든 것으로 폴란드 영화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중요한 영화인데 “글을 쓰는 능력은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기차역>은 바르샤바 중앙역에서 찍은 영화로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더 이상 다큐멘터리를 찍지 않겠다고 결심한 영화다. 촬영 당시 역 부근에서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와서 촬영한 필름을 달라고 하자, 자신의 필름이 당시 공산정권을 도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폴란드는 1989년에 민주화가 되었다.

폴란드영화제가 끝나는 9월 22일에 본 ‘베로니카의 이중생활’과 ‘레드’는 두 편 모두 이렌느 자콥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는데 ‘레드’는 쟝 루이 트랭티냥이 출연해서 영화의 무게감을 더했다. 젊은 모델 발렌틴과 불법 도청으로 남의 사생활을 엿듣는 괴팍한 성격의 전직 판사 노인이 개 때문에 인연이 맺어져 점점 친해지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로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세심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는데, 이 영화가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을 맡고 있고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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