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앨리스 달튼 브라운(Alice Dalton Brown, 1939~)은 미국 뉴욕(New York) 주 이타카(Ithaca)를 기반으로 작업해 온 미국 화가이다. 이타카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세밀한 유화 작업을 토대로 자연 소재와 인공 소재를 대비하는 그림을 주로 그렸다.
소호 갤러리의 포토리얼리즘에서 영감을 받아 극사실주의로 노선을 전환한 그는 80년대에는 자연과 인공물의 경계에 집중하였고, 90년대에는 집안에서 집밖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묘사에 치중했다. 2000년대부터는 가상 세계를 그가 봤던 기존의 풍경과 접목하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작업을 했다.
그녀는 파리에 소재한 줄리안 아카데미(Académie Julian)와 그로노블 대학(L'Université de Grenoble)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하였다. 이후 그녀는 주로 뉴욕 북부 시골에서 살았는데 1965년부터 1977년까지 헛간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2006년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개인전에서 그녀는 과거 그림을 그리던 환경에 대해 “주변 사물에 대한 감동적이고 어쩌면 다소 영화적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주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그녀의 그림은 주변의 정물을 그리는 시기를 너머, 점차 극사실주의 기법을 활용했는데, 특히 그림자와 빛을 활용하는 것으로 진화해 나아갔다. 그렇다고 그녀의 그림이 완전히 극사실주의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그림은 사진으로 착각할 만큼 세밀한 유화 작업을 이어가면서 해당 그림의 주제가 추상적으로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앨리슨 달튼 브라운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더라도, 커튼 뒤로 시원하게 뻗은 쪽빛 호수가 그려진 그림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국내 한 드라마에 그림이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작가이기도 하다. 작년에 방영된 국내 드라마 중에서 《부부의 세계》가 특히 화제였다. JTBC 방송사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영국 BBC One에서 방영한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인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복수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는 이야기인데, 드라마 인물들이 수많은 악행을 일삼고 있어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하였다. 형법상 폐지된 간통죄를 다시 부활시켜 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하기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0년부터 간통죄 위헌 여부를 다섯 차례나 심사한 끝에 2015년 2월 위헌 결정으로 형법상 간통죄를 폐지했다. 간통죄가 성적 자기결정권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사실 간통죄가 있었을 때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이었다. 다만 간통에는 여전히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불륜을 저지른 상대방이 형사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손해배상은 해야 한다. 간통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액수는 약 1,500만~2,0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피해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소송은 늘어지게 되고, 손해배상 금액도 예상만큼 받기가 쉽지 않다. 또한, 대부분 감정상 문제로 민사상 손해배상보다는 형사상 처벌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간통죄 폐지와 관계 없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배우자가 자신과 함께 사는 주거 공간에서 불륜을 저지른 경우, 불륜 대상자를 대상으로 형법상 주거침입죄로 형사 처벌을 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륜 대상자에 대한 주거침입죄의 판례가 38년만에 변경되었다. 2021년 9월 9일, 대법원은 피해자(남편)의 일시 부재중에 피해자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려는 목적으로 피해자와 피해자의 아내가 공동으로 생활하는 집에 이르러, 피해자의 아내가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해 피해자의 주거에 3회에 걸쳐 침입한 사건에서,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주거침입의 죄를 물어 법원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사적 생활 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다. 즉, 주거를 점유할 법적 권한이 없더라도 사실상의 권한이 있는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적 지배ㆍ관리관계가 평온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외부인이 무단으로 주거에 출입하게 되면 이러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깨어지는 것이다. 이때 부재중인 일부 공동거주자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주거침입죄를 물어 보호하고자 하는 내용, 성질,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누릴 수 있으므로 어느 거주자가 부재중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를 하거나 부재중인 거주자가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들어간다면, 그 거주자의 평온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으로 출입했다면, 설령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주거의 평온을 깨트렸다고 볼 수는 없다.
만일 외부인의 출입에 대하여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되면, 주거침입죄가 개인의 의사에 따라 성립되는 범죄로 비춰질 수 있다.
그렇다면 ‘평온의 침해’라는 것이 객관적이지 않게 되고, 당시 주거지에 존재하지 않았던 부재중인 자의 추정적 의사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어 범죄 성립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가벌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게 되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법원은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38년만에 기준을 달리 정하게 된 것이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주거지와 자연을 한 공간에 표현하거나 주거 공간 내에서 외부에 보이는 자연을 주로 표현하였는데, 자연과 인공적인 소재의 대비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작품은 빛과 물, 바람이 어우러진 시각적 아름다움과 청량하고 평화로운 휴식을 준다.
과연 현실에는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영롱한 물빛. 벽에 걸린 액자를 한 걸음 더 떨어져서 바라보면 액자의 크기보다 훨씬 거대한 호수가 펼쳐지는 착각마저 드는 그의 평온한 작품이 《부부의 세계》라는 격정적인 드라마를 통해 유명해졌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하긴, 드라마 주인공이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그림과 사랑에 빠진 것은 죄가 아니다.
글 | 이재훈
문화칼럼니스트, 변호사,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