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et at Versailles_Charles Nicolas Cochin(1745)
Ballet at Versailles_Charles Nicolas Cochin(1745)

 

[아츠앤컬쳐] 발레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의 궁정 연회에서 탄생하였다. ‘발레’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춤추다’라는 의미로 무도장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Ballo’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는 발레는 춤이 아닌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도장에서 행진을 하던 것에 불과했지만 차츰 왕실과 귀족이 그들의 권력과 부를 자랑하기 위해 즐겼던 사교춤으로 때로는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많은 후원을 통해 이탈리아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메디치 가문은 딸인 캐서린 드 메디치(Catherine de Medici)를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프랑스의 왕 앙리 2세와 결혼시키며 발레를 프랑스에 소개했다. 그 후 1617년 루이 13세는 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본인이 직접 안무하여 발레 작품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이 왕위를 계승할 때가 왔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Jason performing at Randolphe King_s Theatre( late 18th century)
Jason performing at Randolphe King_s Theatre( late 18th century)

 

오늘날과 같은 형식의 발레를 만든 사람은 루이 14세(King Louis XIV)이다. 발레를 매우 사랑한 그는 매일 다섯 시간씩 연습하여 발레 작품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는데 <밤의 발레(The Ballet of the Night>라는 작품에서 태양으로 등장하여 ‘태양왕(Sun King)’이라는 별칭이 있다. 그는 발레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1661년 최초의 전문 발레학교인 왕립무용학교를 만들었는데 이때 발레의 기본 동작이 정형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발레 용어가 불어로 통용되게 되었다.

이 왕립무용학교는 오늘날 프랑스의 파리오페라발레학교와 파리오페라발레단으로 발전되어 뿌리 깊은 전통과 역사가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즉, 루이 14세를 통해귀족이 춤추는 아마추어 시대가 끝나고 전문무용수가 배출되고 극장이 생겨나면서 대중을 위한 발레로 발전하기 시작한 셈이다.

발레는 400년의 역사를 거쳐 오면서 많은 변화를 겪는데 이 변화에 큰 영향을 준 것이 바로 무용수의 의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발레의 역사는 치마 길이가 짧아진 기록이라는 말이 있는데 치마 길이만으로 고전발레, 낭만발레, 신고전발레를 구분할 수 있다.

Ballet costume design for The Old Dowager in La Douairère de Dillebahaut(1626(
Ballet costume design for The Old Dowager in La Douairère de Dillebahaut(1626(

무용수들은 17, 18세기 동안 디자이너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무용 의상을 입고 춤을 추었다. 상징에 충실하고, 장식이 과다하여 그로테스크하기조차 했던 의상들이었다. 그러나 19세기가 되면서 전문 무용수인 발레리나들이 등장하고 그녀들은 자신의 의상은 자신이 선택하였다. 의상은 무엇보다 자신이 개발한 춤 동작을 하기에 불편함이 없어야 했고, 발레리나 자신을 아름다운 여신으로 보이도록 디자인되어야 했다. 점차 발레리나의 의상은 경쾌하고 가볍게 변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변화를 이끈 것은 튀튀(tutu)였다. 튀튀는 현대인들에게조차도 발레리나에 대한 환상을 일으키게 하는 발레 의상으로서 18세기 이탈리아 발레리나 마리 카마르고는 당시 무대에서 절대로 발목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어기고 치렁치렁한 치마를 과감히 발목 위의 길이로 잘라 여성 무용수가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의상으로부터 해방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 번 짧아지기 시작한 치마 길이는 걷잡을 수 없이 짧아지며 낭만주의 시절에는 종아리까지 오는 길이의 종 모양 치마인 로맨틱 튀튀로 발전되고 그 후 무릎 밑까지 오는 세미 로맨틱 튀튀, 그리고 다리 전체가 드러나는 클래식 튀튀가 탄생한다.

튀튀를 포함한 발레 의상이나 슈즈 디자인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종류의 법률에서 각각의 형태로 보호받을 수 있다. 먼저 디자인보호법에 따른 디자인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 디자인보호법에서는 디자인을 “물품의 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디자인보호법 제2조).

Hester Booth as a Female Harlequin_John Ellys)(1722-25
Hester Booth as a Female Harlequin_John Ellys)(1722-25

따라서 디자인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디자인이 되기 위해서는 물품성, 형태성, 시각성 및 심미성을 갖추어야 한다. 발레 의상이나 슈즈의 디자인은 디자인보호법의 보호영역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물품성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의 결합을 의미하는 형태성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발레 의상이나 슈즈의 디자인은 도안이나 설계를 의미하기 때문에 시각을 통하여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시각성의 요소를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에서 ‘패션’이 특정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두발의 일정형식을 의미한다면 유행성을 위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미적처리가 되어 있을 것이며 이는 디자인 성립을 위한 마지막 요건인 해당 물품으로부터 미를 느낄 수 있도록 처리되어 있는 것 즉 심미성을 만족시키게 된다.

둘째, 발레 의류나 슈즈 디자인은 저작권법에 따른 응용미술저작물로도 보호가 가능하다. 저작권법 제4조에서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담은 저작물의 예로서 어문저작물을 포함한 9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 미술저작물의 하나로 열거되고 있는 것이 응용미술저작물이며 패션디자인은 응용미술저작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법의 정의에 따르면 응용미술저작물은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디자인 등을 포함한다.”고 규정된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한복디자인 문양도 응용미술저작물로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된다든지, 넥타이의 도안이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한다든지 하는 판례들을 통하여 평면적, 입체적 디자인이 응용미술저작물로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됨을 인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발레 의류나 슈즈 디자인은 저작권법에 따른 미술저작물로도 보호가 가능하다. 의류나 슈즈 디자이너가 독창적 디자인을 안출해내고 이를 의복, 신발 등으로 구체화하기까지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먼저 디자이너는 이번 시즌에는 어떤 경향이 유행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을 하게 되고 그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스케치하게 된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물리적 창작물로서 구체화되는 단계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스케치를 하면서 시작된다. 이 스케치는 디자인된 옷을 입은 모델을 묘사하는 방법으로 양식화된 기술적인 평면도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따라서 디자인을 구체화한 평면도는 디자이너의 창작성을 담은 저작물이라 할 수 있어서 미술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평면도는 후에 완성된 의복에 대한 여러 요소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능성과 유용성을 갖게 된다.

이재훈
이재훈

글 | 이재훈
문화칼럼니스트, 변호사.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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