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el couture invitation
chanel couture invitation

 

[아츠앤컬쳐] 포토그래퍼인 나의 출장 시 아이템을 살펴보자면 리바이스 501 블랙 데님 두 벌, 블랙 티셔츠 2벌, 6년도 더 된 프라다의 블랙 나일론 재킷(이 재킷은 구김이 안 가 여러 모로 편리하다. 특히 재킷은 인터뷰 등 예를 갖추어야 할 때 필수지만 대부분 멋진 저녁 식사를 하러 갈 때 더 요긴하다). 무려 15년 전 동경에서 구입한 아네스 베의 블랙 라이딩 코트(무릎까지 내려오는 재킷. 승마 유니폼을 떠올리면 될 듯)와 화이트 셔츠 한 장, 메이드 인 이태리 보타이 한 개(단지 비상용). 구두는 현장용 케네스 콜 블랙 앵클부츠와 함께 퓨마 스니커스 한 켤레다. 이 모든 것을 계절에 상관없이 출장 당일 삼소나이트 트렁크에 집어넣으면 출장 준비 끝이다.

 

칼 라거펠드
칼 라거펠드

 

2005년 파리의 샤넬 컬렉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가 갑자기 쇼장에 출입하는 모든 포토그래퍼들에게 블랙 수트차림으로 올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입장시키지 않는다는 통에 대소동이 일어났다. 일명 대포부대라(런웨이 정면에서 캣워크를 촬영하는 포토그래퍼) 불리는 이들의 차림은 대부분 작업복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좁아터진 포토라인에서 늘 서로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덥기도 하고, 항상 기동성 있게 이 쇼에서 저 쇼로 뛰어다녀야 하는 데다가 카메라와 사다리, 가방 등 장비가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토그래퍼들은 드레스 코드를 지켜 의상을 갖추는 게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 티셔츠를 입고 있던 차에 갑작스레 검은 티셔츠와 재킷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사진가들은 난리법석이 되었다.

 

 

그런데 난 그 말을 듣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나야 그때 파리에 없었지만) 칼 라거펠드에게 한 표!!! 물론 쇼 컨셉이지만 후에 사진으로 보게 된 그 날 하루 파리 샤넬 쇼의 대포부대 자리는 아주 시크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포토그래퍼들도 특별한 행사라든가 이벤트 시 옷을 갖춰 입어야 할 때가 있다. 물론 앞에 언급한 샤넬 쇼에서처럼 드레스 코드를 요구받기도 한다.

 

 

드레스 코드, 그 약속을 지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옷 가격이 비싸든 싸든 그건 문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오래된 옷이라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들이 요구하는 드레스 코드를 지키는 것은 바로 초대한 그들에 대한 존중이다.

 

글 | 케이티 김
사진작가, 패션계의 힘을 모아 어려운 이들을 돕자는 Fashion 4 Development의 아트 디렉터로 뉴욕에서 활동 중.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