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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 앤 가바나
돌체 앤 가바나

 

[아츠앤컬쳐] 아름답고 화려하고 때론 아방가르드한 예술작품들을 선보이는 패션 디자이너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치장하고 다니는 디자이너는 드물다. 자신의 쇼가 있는 날, 무대 뒤에서의 디자이너들은 가슴을 졸이며 쇼의 준비 상황을 체크하는가 하면 모델들의 옷매무새를 손봐주고 쇼의 마지막 점검을 위해 정신없이 분주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멋지게 꾸민 차림보다는 평소의 일할 때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델이 아니므로.

화려한 색채의 마술을 보여 주는 크리스찬 라크르와는 진 차림으로 피날레 무대에 등장하고 아르마니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무대 인사를 나온다. 섹시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돌체 앤 가바나 역시 캐주얼한 블랙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관객들에게 답례하고 제레미 스콧은 스포티한 펑크족에 가깝다. 디스퀘어드2의 딘과 단 역시 캐주얼한 복장으로 무대에 나온다.

디올의 존 갈리아노
디올의 존 갈리아노

이렇듯 많은 디자이너들이 평소 차림으로 관객 앞에 나서지만 몇몇 디자이너들은 무대에 선보였던 의상과 같은 컨셉으로 모델 못지않게 차려입고 등장해서 관객들을 더욱 즐겁게 하기도 한다. 이런 디자이너들을 내가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옷을 잘 차려 입어서가 아니라 그랬기 때문에 더욱 무대에 오래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사진을 찍어야 하는 나로서는 시간이 많을수록 좀 더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으니까!

발렌티노
발렌티노

그 중 가장 독보적인 인물은 존 갈리아노. 쇼맨십에 있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갈리아노는 어떨 때는 무대의 모델들과 어울리는 의상으로 드레스 업하고 짠 나타나는가 하면 어떨 때는 토플리스 차림으로 뛰어나와 그 긴 머리를 한 번 관객을 향해 휙 날려주는 센스를 보여준다. 그럴 때 관객석에서는 물론 환호와 휘파람 소리가 이어진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여사 역시 펑크의 대모답게 쇼맨십으로 무장되어 있어 모델 못지않은 화려한 드레스와 헤어 스타일로 포즈를 취한다. 백발을 포니 테일로 깔끔하게 묶고 언제나 복고풍의 화려한 셔츠와 재킷에 캐주얼한 진을 매치하는 라거펠트는 누가 봐도 패션 디자이너인 것을 눈치챌 수 있을 만큼 패셔너블하다. 에디 슬리만이 디자인한 크리스찬 디올 옴므 의상을 입기 위해 몸무게를 무려 45km이나 줄이지 않았던가! 톰 포드 역시 바로 레드 카펫 위를 행진해도 좋을 만큼 댄디한 매너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모던 수트를 입고 무대 인사를 나온다.

이들과 달리 카메라 기피증이 있어 아예 피날레 무대에 나오지도 않는 마틴 마르지엘라, 얼굴만 빼꼼 내밀고 들어가는 미우치아 프라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잠깐 손만 흔들고 무대 뒤로 숨어버리는 올리비에 테스켄스나 마크 제이콥스, 그리고 수줍음이 많은 수많은 디자이너들.

 

글 | 케이티 김
사진작가, 패션계의 힘을 모아 어려운 이들을 돕자는 Fashion 4 Development의 아트 디렉터로 뉴욕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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