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청와대로 전국에서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하루 3만9천 명까지만 추첨을 통해 입장 가능한데 개방 4일 만에 2백만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려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사람이 모이면 문화가 생기고, 문화가 생기면 사람이 모인다.”
청와대가 예술의전당을 제치고 한국 최대 문화센터로 급부상할 기세다. 사람들이 청와대로 몰려드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앞으로 청와대가 어떻게 개발되느냐에 기대가 모아진다.
5월 10일 청와대 개방 첫날 이곳에서는 조상들에게 청와대 땅의 성격 변화를 고하는 종묘 제례악이 연주됐다. 수십 명의 종묘 제례악 보존회 단원들이 초록색 잔디밭 위에서 화려한 붉은 예복을 갖춰 입고 청와대 문화센터 비공식 개막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의미상으로 아주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음악이 연주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좋은 실내 공연장은 많지만, 세계적 도시들에 견주어 빈약한 부문은 바로 야외 음악당이다. 독일 베를린은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이름 그대로 숲속의 무대 ‘발트뷔네(Waldbühne)’를 가지고 있다. 아돌프 히틀러가 그리스 야외음악당을 모델로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맞춰 22,000여 석의 발트뷔네를 건설해 놓았다.
올해 5월 전설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과 주케로의 합동 공연이 있고 6월에는 베를린필이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의 협연으로 시즌 마감 연주회를 갖는다. 한 여름에도 바렌보임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 랑랑과 협연을 갖고,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독창회가 있다. 발트뷔네의 존재는 여름에 베를린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로스엔젤레스는 초대형 야외연주회장 할리우드 보울(Hollywood Bowl)은 1916년 셰익스피어의 연극 ‘줄리어스 시저’를 공연하면서 개장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 유일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할리우드 보울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시작했던 것이다. 할리우드 보울은 베를린 발트뷔네보다 조금 작은 17,376석 규모이지만, 더욱 활발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올해 6월에 로드 스튜어트 콘서트, 미성 테너 보첼리 공연 등이 있고, 7월에도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를 포함한 발레 하이라이트가 있다. 7월 26일에는 조성진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황제’ 연주와 두다멜과 LA 필이 베토벤 교향곡 5번 ‘영웅’이 열린다.
모스크바는 크렘린, 레닌 묘, 굼 백화점으로 둘러싸인 붉은 광장이 가장 널리 알려진 야외콘서트장이다. 당연히 화려한 바실리성당 방향이 무대가 된다. 여기서 노래하는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르스토프키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음악도시 잘츠부르크는 독특한 구조의 펠젠라이트슐레(Felsenreitschule) 공연장을 가지고 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 폰 트랩 대령 가족 합창단이 잘츠부르크를 탈출하기 직전 연주했던 바로 그 공연장이다. 원래 야외승마장으로 출발했던 이 공연장은 점점 무대와 객석이 강화되며 끝내 지붕까지도 점점 면적을 넓혀가 애매한 상태임에도 야외공연장으로 분류된다. 이곳은 해마다 열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주요 무대다.
서기 161년에 만들어진 그리스 오데온 야외극장(Odeon of Herodes Atticus)은 세계 야외공연장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품격이 있다. 6월에 오페라 ‘리골레토’에 이어 정명훈 지휘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필하모닉이 베토벤 교향곡 2번,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가 있고, 7월에는 아테네 시립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협연한다.
우리나라 청와대 본관 앞 잔디밭 야외극장이 모델로 삼을 만한 극장 형태 중 하나가 바로 이 그리스의 오데온 야외극장이다. 그리스인들은 이미 이천 년 전부터 아크로폴리스의 비탈진 언덕에서 그리스 시내와 멀리 지중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야외극장 무대를 만들고 즐겼다. 우리나라 청와대 본관 잔디밭도 시내 방향으로 향하면 자연스럽게 경복궁 지붕과 그 뒤로 서울시내 전경들이 펼쳐지게 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청와대는 곧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한국 최대 문화센터가 될 것이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차의과학대학교 상임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