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가득한 도시를 꿈꾸며

[아츠앤컬쳐] 노래를 색깔에 비유한다면 ‘오 샹젤리제’는 밝고 화사한 파스텔 톤이다.
파스텔 톤은 원색에 흰색을 더하여 채도를 낮추는데 로맨틱하고도 우아한 이 색감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살짝 들뜨게 한다. 이와 닮은 노래 ‘오 샹젤리제’ 역시 살랑거리는 미풍처럼 설렘을 주며 낭만의 도시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픈 욕구를 부추긴다. 만약 그 어딘가가 파리의 샹젤리제라면 더는 주저할 이유가 없겠다.

다니엘 비달(Daniele Vidal)의 목소리로 유명한 ‘오 샹젤리제’는 그녀의 인형 같은 이미지와 더불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사랑스러운 비달의 모습은 마치 샹젤리제 거리에서 마주칠만한 앳된 파리 아가씨를 연상케 했는데, 상큼한 창법 또한 단순한 가사와 어우러져 흥얼거림을 유발했다.

“샹젤리제에는, 샹젤리제에는,
해가 맑든 비가 오든, 정오이든 자정이든,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다 있죠, 샹젤리제에는.”
(Aux Champs-Élysées Aux Champs-Élysées
Au soleil sous la pluie, à midi ou à minuit
Il y a tout ce que vous voulez aux Champs-Élysées)

그녀의 노래 속에 사람들은 우연히 만난 발랄한 아가씨와 노래하고 춤을 추며 밤을 보낸 후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에뜨왈에서 콩코드 광장까지 걸었다. 이처럼 ‘오 샹젤리제’는 파리를 대표하는 그 어떤 것 보다 가장 파리를 동경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도시는 사람들에게 낭만을 심어준다. 그 가운데 예술이 살아있고 사람과 생활이 그 일부가 될 때 도시는 환상을 입고 로망이 된다. 파리의 환상은 그곳으로 흘러들어간 곡조 하나로 더욱 풍성해졌으며 이는 동경과 설렘을 이끌어냈다.

1960년대 말 유럽에는 ‘워털루 거리(Waterloo Road)’라는 곡이 한창 유행했다. 영국의 록 밴드 제이슨 크레스트(Jason Crest)의 4집에 수록된 이 곡은 마이클 디언(Michael A. Deighan)과 마이크 윌시(Mike Wilsh)가 작사, 작곡하여 인기를 끌었다.이후 1696년 미국 태생의 프랑스 가수 조 다상(Joe Dassin)은 들라노에(Pierre Delanoë)의 번안본으로 ‘오 샹젤리제’를 취입하게 되는데 이때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벨기에 등 전 유럽의 차트를 석권하며 큰 사랑을 받게 된다.

흥겨우면서도 정감 있는 멜로디와 자유분방한 노랫말, 프랑스어의 멋들어진 뉘앙스, 그리고 무엇보다 낭만의 거리 샹젤리제에 대한 언급은 파리를 동경하는 모두에게 완벽하게 각인되었다. 마치 최신 옷을 입은 멋진 아가씨에게 보내는 휘파람처럼 사람들은 ‘오 샹젤리제’를 흥얼거렸다.그들에게 그 아가씨는 워털루가 아닌 샹젤리제를 걷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후 ‘오 샹젤리제’의 국제적 성공은 70년대를 기점으로 다니엘 비달을 통해 이루어진다. 모로코 태생의 프랑스 가수로 유럽과 일본을 무대로 활동했던 그녀는 유독 아시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귀엽고 앙증맞은 목소리로 ‘오 샹젤리제’를 비롯해 ‘천사의 낙서(Aime ceux qui t'aiment)’, ‘피노키오(Pinocchio)’, ‘캐더린(Catherine)’, ‘파리의 아가씨(Madmoiselle de Paris)’, ‘나는 샹송(Je suis une chanson)’, ‘사랑은 어디에(Ou vont mours)’ 등으로 샹송 붐을 일으켰다. 그녀 특유의 청량한 목소리는 깊고 사색적이며 때로는 우울한 샹송들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만한 것으로 바꾸었다. 그녀의 노래는 파란색을 하늘색으로, 빨간색을 분홍색으로, 초록색을 연두색으로 바뀌었으며 그것이 그녀를 샹송 요정으로 만들었다.

“파리에서는 모두가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 관객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므로.”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장콕토(Jean Cocteau)의 말이다. 아름다운 파리에서 영화의 주인공처럼 샹젤리제를 여유롭게 걸어보는 것,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했을 이 낭만적인 꿈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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