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020년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작가미상Werk ohne Autor, 2018>은 많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이다.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이전 영화 <타인의 삶>을 능가하는 완성도와 함께 위대한 예술가의 삶과 예술표현, 철학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있는 영화였다. 영화 속 주인공이 실제하는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가 예술적 완성도를 어떻게 구축하게 되는가? 와 함께 그가 다루었던 표현의 주제들, 초월성, 불확실성, 그리고 부정적인 가능성을 해석한 자신만의 언어를 구현한 결과물이 나타나는 영화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현존하는 작가 중 철저한 작품관리, 그리고 가장 비싼 몸값을 기록하고 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년 2월 9일~)이다. 그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출생, 1960년대 이후 세계 현대 미술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사진과 회화, 추상과 구상, 그리고 채색화와 단색화의 경계를 모호하게 전복시키는 한편, 회화라는 매체를 재해석하면서 예술영역의 표현성과 그 영역을 확장시켰다고 평가되고 있다.
리히터는 1951~54년까지 보수적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익히고서 서독으로 이동한 후 그의 대표작이 되는 촛불 시리즈를 완성시킨다. “바니타스(Vanitas)”-삶은 화려하더라도 짧고 덧없음에 관한 자기 성찰적인 내용을 흔들거리는 촛불의 이미지를 통하여 불확실한 인생에서 자신이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실존을 그려내었다.
그의 1983년도 작품인 <Candle>은 가로, 세로 90cm가 넘는 캔버스에 단 하나의 촛불을 배치시켰다. 동시에 좌, 우 대칭적 상황에서 약간 빗나간 듯한 위치에 촛불이 자리하지만 반대편엔 다소 무거운 색감을 사용하여 공간 분활에서 나타나는 불안한 중심점을 확고하게 잡는다.
무엇보다도 단 하나의 촛불에서 일렁이듯 흔들거리는 불꽃의 이미지가 안갯속에서 희미하게 내비쳐지는 형태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듯 우리들 인생이 이 바람 앞의 촛불과도 다를 바가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화려한 삶도 결국 사라지고 덧없음, 가까이에 죽음이 있으니 너무 많은 것에 목적을 두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리히터는 1960~1977년까지 사진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작업들을 통하여 이미지의 연속성과 사진적 일루젼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탐구의 과정이 있었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물이 앞서 소개한 영화의 엔딩과 클라이맥스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등장하고 관찰자에게 그의 삶과 예술철학을 경험케 하기에 이 작품<촛불>과 함께 감상하길 추천해본다.
* 이 그림은 미국 밴드 소닉 유스(Sonic Youth)가 1988년 앨범 데이드림 네이션(Daydream Nation)의 표지에 사용했다.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