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파주에 세계 최고, 최대로 알려진 아날로그 음악감상실이 클래식 성지로 떴다. 한 사람의 아날로그 음악에 대한 평생의 집념이 개성 쪽 북한 땅이 바로 앞에 보이는 한강 하구 임진강변 언덕을 독보적 명소로 만들었다.
오정수 치과의사. 그가 세운 건물 이름은 ‘콩치노 콘크리트(Concino Concrete)’. Concino는 라틴어로 ‘울려 퍼지다, 화합하다, 연주하다, 함께 노래하다’라고 한다. 여기에 콘크리트가 추가된 이유는 높은 천장의 4층 음악감상실 건물이 온통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모든 위대한 건축물은 디자인에 앞서 입지가 중요하다. 만약 20세기 최고 건축가 중 한 명인 르 코르뷔제의 롱샹 성당이 프랑스 한적한 시골 언덕 위에 서 있지 않고 붐비는 도시 속에 있었다면 존경하는 아마 현재의 명성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시드니 하버 전체를 압도하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도 그렇다. 파리의 수많은 멋진 건축물 중에서도 손꼽히는 노트르담은 센강 한 가운데 시테섬의 명당에 서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 그가 이 자리를 찾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평생에 걸친 내공과 인연이 그를 이 자리로 인도한 것이다.
오정수 의사는 고 1에 여러 모로 힘든 시기였을 때 형님이 일본에서 워크맨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다 주었는데, 당시 그는 워크맨을 들고 밤늦게 동산에 올라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며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돈만 생기면 각종 음반을 사 모으고 이렇게 시작된 LP레코드 콜렉션이 1만여 장이 되었다. 20대 초반 고전음악 음악감상실 ‘베토벤’을 다니며 본격적 오디오에의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당시 거금 500만 원을 모아 서울 청계천 전자상가에서 ‘베토벤’의 시스템과 비슷한 중고 제품을 구입해 오디오의 세계에 입문을 했다. 집에 가져와 연결하자마자 고장나 쓴맛을 봤지만 오히려 오늘의 오디오 전문가가 되는데 자양분이 됐다.
이후로 평생 수입의 90% 이상을 명품 오디오, 축음기, 음반 구입 등 음악에 투자해 왔다. 그가 진행 중인 오디오 콜렉션에는 초대형 극장에서 2,000명 내외의 관객이 감상할 수 있는 1920~30년대 미국산 명기 웨스턴 일렉트릭의 미러포닉(Mirrophonic) 스피커와 독일의 명기 클랑필름(Klangfilm)의 오이로딘(Eurodyn) 스피커가 있다. 특히 엄청 크고 멋진 외관을 가진 오이로딘을 수입할 때는 독일에서 문화재가 불법 반출되는 것으로 알고 1개월 이상 압류하며 통관 서류를 현미경 검사하기도 했다.
오정수 설립자는 파주에 명당을 찾아놓고 건축을 위해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설계한 홍익대 민현준 교수를 찾았다. 민 교수는 이 자리에 콘크리트의 미학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건물 외벽은 세월이 가며 더 멋지게 숙성해 나갈 콘크리트 블록으로 했다. 1층은 5미터가 넘는 높은 필로티만 세우고 2층부터 클래식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음악 감상실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의 모든 기법을 다양하게 썼다. 2층에는 동쪽으로 임진강 하구가 보이는 커다란 유리창과 서쪽으로 숲이 보이는 유리창이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태양 빛이 감상실 실내를 동쪽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서쪽으로 한바퀴 감싸며 돈다.
감상실 정 중앙 무대에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와 양옆으로 클랑필름이 웅장하고 아름답다.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앙상블 홀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콩치노 콘크리트’에서는 2024 신년음악회 이후 다양한 실내악 연주회가 이어지고 있다.
오정수 설립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울대입구역에서 치과의사로 일하고 주말에는 이곳에서 직접 LP 음반을 골라 청중들에게 해설하고 1억 원이 넘는 고가 턴테이블에 직접 올려놓아 음악을 들려준다. 그는 또 주 2회 마라톤을 연습하고 언젠가는 부인, 아들과 함께 3명이 영국 도버 해협을 수영으로 건널 계획을 가진 야심가이기도 하다. ‘콩치노 콘크리트’는 단순 음악감상실을 넘어선 한 명의 멋쟁이 한국인의 평생에 걸친 예술 작품이다. 파주시와 문화체육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 합세해 이곳을 세계적 ‘콩치노 콘크리트’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기원해 본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 Eco Energy 대표 / Caroline University Chaired Professor / 제2대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 전 예술의전당 이사 / 전 문화일보 정보통신팀장 문화부장 /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총무이사/ ‘나라119.net’, ‘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저자, ‘메타버스를 타다’ 대표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