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성수동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World’s Coolest Neighbourhood)’ 전 세계 4위로 꼽혔다. 영국의 유명한 여행 전문지 ‘Time Out‘의 발표다. ’Time Out’은 성수동을 미국 맨해튼에서 강 건너의 브루클린에 비유했다. 성수동은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압구정 로데오 거리, 익선동 한옥마을, 북촌, 명동, 나아가 그 막강한 홍대앞까지 누르고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끊임없이 크고 작은 건물들이 서고, 곳곳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다란 줄이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성수동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성수동을 이끄는 문화예술 중 얼핏 눈에 들어오는 것은 패션, 음식, 미술, 건축 등이다. 장기적으로 성수동이 종합 문화 중심지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이미 진행 중이다. 성수동 연무장길 시대를 열었던 선두 주자인 재즈 바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는 일류 재즈 뮤지션들이 가장 선호했던 공연장 중 하나인데, 안타깝게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현재 운영 중지 상태다.
그러나 성수동에서 음악이 부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단 대중음악계의 거인 SM 엔터테인먼트 본사와 SM 엔터테인먼트의 연습 전용 건물이 인근에 있다. 성수동은 언젠가는 이태원 블루스퀘어와 같은 민간 주도 대형 뮤지컬 공연장, 대중음악 공연장이 들어설 만한 적지다. 서울시 당국은 상수도 수원지 등 넓은 땅도 가지고 있어 의사 결정에 따라 즉시 실행도 가능하다. 성수동은 대중음악, 재즈, 뮤지컬, 클래식 등 모든 음악 장르가 가능한 문화예술 특구로 판단된다.
성수동에서 가장 강력한 문화현상 중 하나는 바로 ‘건축’이다. 성수동을 멋지게 만든 시발점은 수십 년 넘은 낡은 벽돌 공장 건물 ‘대림창고’의 멋진 카페로의 대변신이다. 이후에 크고 작은 오래된 공장들이 카페, 빵집, 밥집, 술집 등으로 개조되며 인기를 끌었다. 멋쟁이들이 몰려들자 Dior 등 고급 패션 업체들이 들어왔고 신제품 팝업스토어들이 가세 중이다. 재력 있는 대기업들의 부동산 매입으로 결국 성수동 땅값 상승 속도가 강남을 추월했고, 강남보다 더 멋진 건물을 위해 건축가들의 치열한 디자인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외관상 성수동은 일단 패션의 새로운 메카다. Dior이 성수동 연무장길에 독특한 독립 건물 매장을 연 이래, 현재도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인스타 인증 샷 핫플레이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번 타자는 무신사다. 무신사는 2019년부터 연무장에 모두 6채의 건물을 매입했다. 연무장길 땅값은 2019년 평당 5천만 원에서 2014년 현재 2억 원 내외로 5년간 4배 상승했다.
무신사는 2013년 10월 성수동 건물 중 본사로 쓰던 건물을 마스턴투자운용에 1,115억 원에 팔고 자신들이 15년 임차해 사용하는 소위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의 매매를 체결했다. 얼핏 봐도 무신사가 1천억 원을 투자해 4년 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성수동에 5채의 건물을 공짜로 가지고 있다는 계산이다. 멋진 부동산 투자 성공 사례다. 아모레 퍼시픽은 2023년 평당 2억3천만 원에 매입해 성수동의 비싼 땅값을 확인해 주었다.
성수동은 대부분 지역이 원래 각종 공장 터 준공업지역으로 용적률이 대략 400%다. 뒷골목도 500평이 넘는 넓은 필지에 모두 400% 준공업지역으로 미국의 미니 맨해튼처럼 고층 건물로 고밀도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 성수동 건물주들은 이웃 건물에 뒤지지 않는 독특하고 멋진 디자인을 압박받고 있어 우리나라 정상급 건축가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성수동은 우리나라 건축가들에게 커다란 기회의 땅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없다. 실은 우리나라 건축가들에게 획일적 아파트와 사무용 건물 외에 멋진 건축물 설계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성수동에 한국 건축, 한국 도시의 가능성, 한국 문화예술의 미래가 있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 Eco Energy 대표 / Caroline University Chaired Professor / 제2대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 전 예술의전당 이사 / 전 문화일보 정보통신팀장 문화부장 /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총무이사/ ‘나라119.net’, ‘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저자, ‘메타버스를 타다’ 대표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