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소장품 기획전
[아츠앤컬쳐] 한국 근현대 미술가 34명의 수채화 작품 1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수채화 소장품만 단독 장르로 구성한 《수채: 물을 그리다》 기획전이다. 이중섭, 장욱진, 박수근, 박서보 등 이미 잘 알려진 우리나라 대표 미술가의 수채 작품뿐만 아니라, 수채화 장르에서 남다른 작품성을 보여준 이인성, 서동진, 서진달, 배동신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류인, 문신 등 조각가의 작품도 흥미롭다.
수채화는 미술사적으로도 완결성과 완전성을 갖춘 하나의 단독 장르로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실제 현대 미술계나 미술시장에선 다른 평면 회화 장르에 비해 홀대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마도 제대로 된 기획전이나 대중 친화적인 수채화 알리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짐작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수채: 물을 그리다》 기획전이 수채화의 새로운 면모를 되돌아볼 좋은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물의 투명성, 유연한 조화로움, 스며들기, 번지기, 즉흥적 어우러짐 등 수채화가 지닌 특별한 기법이나 조형미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100여 점의 작품들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동안 습작이나 드로잉의 관점에서 유화 전 단계 정도로 평가받아왔던 수채화의 선입견을 불식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수채: 물을 그리다’라는 전시명에서 보여주듯, 다양한 수채의 용법적 설명보다는 수채화의 가장 특징적인 속성인 물의 특징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시는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수채화는 근대기 초 서양화의 도입으로부터 그 출발을 알렸고 새로운 매체와 함께 새로운 시각성의 도입이 발현되었다. 하지만 수채화를 구성하는 종이, 붓, 물이라는 재료의 친연성은 수묵화의 전통과 직간접적인 영향 안에서 활발하게 꽃피우게 된다. 수채화의 1세대로 일컬어지는 대표 작가들과 그 전통을 통해 이어 온 근대기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두 번째는 사생을 중점에 둔 자연환경의 묘사뿐만 아니라 내적 성찰과 정신적 상태를 표현하는 형식으로 수채화 매체를 사용한 작가들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표현주의,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같은 미술사적 형태와 형상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보이면서도 수채의 투명하고 번지는 형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추상적 형태이다. 우리 화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던 단색화 경향의 작품군은 수채화의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추상주의와 유럽 대륙에서 활발하게 이행됐던 앵포르멜 경향의 작품, 그리고 물성을 강조하는 모노하 형식의 작품은 단색의 화면을 구성하면서 명상적이고 수행적인 태도를 선보인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수채: 물을 그리다》 전시는 우리 미술관이 최초로 수채화 장르만으로 단독 구성한 전시”라며, “근대기에 도입된 수채화의 특징은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온 과거와 단절되지 않는 영속된 지점에 있었고, 오늘까지도 그 맑음의 정신은 이어오고 있다. 수채화가 지닌 포용과 어울림의 특성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적용되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2층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최근 수채 소장품 중 주목받는 젊은 현대 미술가 전현선의 작품 <나란히 걷는 낮과 밤>도 만나볼 수 있다. 총 15폭으로 구성된 초대형 수채 회화작품으로 설치작품 수준의 특별한 아우라를 뽐낸다. 전시는 9월 7일까지 진행된다.
글 ㅣ 김윤섭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 미술사 박사

